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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람이야기 등록 2003.11.06(목) 제483호

[사람이야기] [김농주] 취업 도우미도 맥을 못 춘다

청년들의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마음고생이 많은 사람들이 대학의 취업담당관들이다. 연세대 취업담당관으로 20년째 일하고 있는 김농주(50)씨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는 요즘 하루 20여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연간 40회 가까운 특강을 통해 취업시장의 변화 흐름을 설명하고, 학생들의 취업준비를 돕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영 마뜩찮다. 취업률이 높지 않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일은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길이죠.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을 때 너무 경제적 측면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는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이지만, 그는 일의 보람을 소홀히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한다. 지금 돈을 많이 버는 일자리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그런 직업 선택은 실패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는 “요즘 청년들이 의학전문대학원과 대기업 그리고 외국인 투자기업으로만 너무 몰리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취업을 원하는 방향, 취업에 임하는 시각 모두 ‘편식증’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젊은이라면 패기가 있어야지요. 지금은 낙후돼 있는 분야라도 그것을 개척하려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정성 들여 가꾼 뒤 가을에 열매를 따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씨도 안 뿌리고 열매부터 거두려 하는 것 같습니다.” 늘 청년들과 함께해온 그의 지적인 만큼 그냥 흘려듣기만은 어렵다.

그러나 그는 내년 노동시장에서도 현재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경영성과를 높여줄 소수 핵심인재를 더욱 선호할 것이고, 청년들의 구직 편식증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또 특정 직종을 제외하면 전문직 일자리 수요가 감소하면서, 대학원 출신들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만큼이나, 그의 고민도 깊어간다.

글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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