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야기 ] 2003년11월06일 제483호 

[김영진] 3연패 저력은 프런트에 있다



“한 우물이 좋다.”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김영진(44) 부단장은 뚝심의 사나이다. 93·94·95년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2001·2002·2003 시즌 우승까지 팀이 사상 최초로 두 차례 3연패를 하는 데 ‘보이지 않는 손’ 구실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통상 프로팀이 우승을 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감독과 선수들이다. 일명 프런트(선수지원팀)는 그림자로 물러선다. 그러나 정상에 오른 모든 팀들은 3박자를 갖춰야 한다. 실력과 운 그리고 팀의 화합이다.

88년 일화 천마 창단 때부터 구단에 합류한 김 부단장은 구단의 어머니 같은 역할을 맡아왔다. 축구선수 출신으로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했으며, 감독의 미묘한 감정까지 알아채 상호 소통을 매개하면서 불협화음을 없애왔다.

12개 구단 단장·부단장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축구협회 공채 출신인 것도 눈에 띈다. 행정에 도가 터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면 다른 구단에 비해 열흘은 앞당겨 국내 무대에 뛸 수 있도록 만든다. 전력을 극대화한 차경복 감독의 용병술 뒤에는 이처럼 선수들을 잘 아는 ‘눈치 빠른’ 특급 도우미가 있었던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애지중지하는 성남 구단에 들어오는 게 꽤나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김 부단장은 “구단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런 생각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며 “축구는 축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하는 말. “성남을 확실한 명문팀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앞으로 지역축구 발전, 유소년 선수 육성에 좀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 ‘한 우물’을 파온 그의 말에 힘이 느껴진다.

김창금 기자 | 한겨레 스포츠부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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