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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람이야기 등록 2003.10.23(목) 제481호

[사람이야기] [권인숙] 군대 간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모한 ‘군 성폭력에 대한 연구 및 실태조사’의 연구책임자로 권인숙(39) 명지대 교수가 선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군 내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자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하고, 권 교수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이를 의뢰했다.

권 교수는 1986년 당시 정권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부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다.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힌 성고문 사건과 ‘80년대 한국사회’라는 시대적 공간은 권 교수에게 ‘화두’로 남았다. 군사주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 이런 사회에서 만들어진 여성성·남성성 연구에 천착한 계기가 된 것이다.

“80년대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운동 진영도 남성중심적·권위적이었습니다. 군대를 경험한 남성이 중심이 된 집단적 군대 문화에 젖어 있었지요. ‘군부독재 타도’라는 ‘대의’만 존재했을 뿐, 성폭력을 포함한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에는 눈을 감았습니다.”

권 교수는 “군대라는 조직이 남성들의 집단적 경험과 역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나아가 한국사회의 ‘사회적 성’(gender) 의식 형성과 민주주의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와 함께 성폭력이 성적 욕구를 풀기 위해서가 아닌 지배·관리의 수단이라는 연구에 주목한다. 군대는 이런 위계질서와 권위가 극대화된 공간인 만큼, 권 교수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권력과 성폭력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단서를 찾으려 한다.

권 교수는 “동성간 성폭력을 중심으로, 사병과 간부 사이, 사병 사이, 여군 성폭력 등 다양한 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권 교수 연구팀은 직접 군부대 안의 현역병과 휴가병, 제대병을 상대로 설문조사·심층조사 등을 실시해 내년 1월 말까지 조사를 마친 뒤, 실태조사 보고서를 인권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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