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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람이야기 | 등록 2003.10.23(목) 제48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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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김종호] “성미산을 지켰습니다” “성미산을 지켜낸 주민들의 힘이 2006년 주민자치 꽃으로 필 겁니다” 김종호(37) 성미산개발저지를위한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요즘 어느 때보다도 표정이 밝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성미산 꼭대기에 대형 물탱크를 지으려던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최근 성미산지킴이들에게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사업본부는 부근 상암동 개발 등 물수급 상황을 보고 공사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2년3개월을 끌어온 이 싸움에서 누구보다 뒤쳐지지 않았는데도 그 공을 온전히 주민들에게 돌렸다. “2001년 처음 개발 소식을 듣고 ‘성미산지키는주민연대’를 만들어 반대서명에 들어갈 때만 해도 ‘관청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패배의식이 가득했습니다. 이젠 지역주민에게 스스로 산을 지킨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자치의 전형을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성미산지킴이들은 성미산 싸움에서 여러 ‘신화’를 만들어냈다. 올 1월 말 사업본부쪽이 정상 부근의 나무를 몽땅 베어버리자 대책위를 중심으로 120일 동안의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남자들은 밤, 여자들은 낮에 번갈아 당번을 서면서 산에서 봄을 맞았다. 잘려진 나무로는 목걸이 등 장신구를 만들어 각종 시위현장에서 팔았다. 그 이후 성미산은 더 이상 마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3월13일 공사를 강행하려는 용업업체 직원 100여명과의 싸움도 이들에겐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김 위원장은 새벽 6시부터 밤까지 12시간 동안의 충돌과 대치 끝에 공사를 막아낸 것을 두고 ‘3·13대첩’이라고 불렀다. 성미산을 지킨 오랜 과정은 필름에 담겼고, 최근 한국방송 열린채널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산이야>라는 이름으로 방송됐다. 1992년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문화국장 출신으로 민주화라는 ‘거대담론’에 몰두하던 그는, 이제 지역문제를 고민하면서 본격적인 지역시민운동단체인 ‘참여와 자치를 위한 마포연대’를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마포 구정 감시활동과 지역의 교육·복지 정책생산 등이 성미산 싸움을 마친 김 위원장 앞에 새로 놓인 과제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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