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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람이야기 등록 2003.10.23(목) 제481호

[사람이야기] [구융회] ‘교포’라 부르지 마시라!

구융회(72)씨를 소개하려면 미주한인 독립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는 ‘대한인국민회’의 마지막 서기였다. 국민회는 1909년 2월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미주한인 동포단체 연합체다. 초대 회장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었다. 이 단체는 미 정부로부터 자치정부 대우를 받을 정도로 자치능력을 인정받고 신임을 얻었다. 가령 미국 이민국이 증명서 없이 미국에 망명하거나 입국하는 한국인들에게 국민회의 보증서만 있으면 체류허가증을 발급해주었다. 이 국민회가 1936년에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와 ‘국민회관’을 세웠고, <신한민보>(1905년 창간)도 계속 발간해 전 세계 동포들의 활동을 전했다.

1967년 미국으로 건너온 구씨는 12월부터 국민회관에 출근해 <신한민보>의 편집을 맡았다. 당시 한글 타자기의 출현으로 기사는 타자로 작성할 수 있었으나 제목은 직접 붓으로 써서 제작했다. 그는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당시 65년 동안 발행돼온 <신한민보>를 창간호부터 모두 읽은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신한민보>는 한글, 한국연호, 그리고 국호를 지켜 발행한 유일한 한인신문”이라고 자랑한다.

구씨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 일본 식민지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가령 일부 언론에서 사용하는 ‘교포’ 또는 ‘교민’이라는 단어는 “남의 나라에 우거(寓居)한다”는 뜻으로 아주 불쌍한 단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일본에 끌려간 동포들은 ‘교포’라고 부를 수 있으나 독립된 이후 해외에 나와 사는 한국인들은 동등한 입장에서 외국 거주자들이기 때문에 ‘동포’로 지칭해야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 시절 신문에서 ‘교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청와대에 여러 번 진정서를 냈으나 번번이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왕을 ‘천황’이라고 부른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패전 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천황’ 호칭은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구씨는 간암 수술을 받은 직후였으나 너무 답답한 심정에 엎드려 쓴 글을 언론사에 보내기도 했단다. 그는 “외교는 동등한 입장에서 하는 것”이라며 “평등 이상의 언어 사용은 간교한 것이며 평등 이하의 언어 사용은 교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김지현 전문위원 lia21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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