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야기 ] 2003년08월06일 제471호 

리사 비머의 비극과 기적

지금 미국의 월마트나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꼭 발견되는 책이 있다. 9·11 테러가 낳은 신데렐라 리사 비머의 저서 이 그것이다. 금발에 푸른 눈, 가냘픈 몸매가 천사 같은 그는 신앙심도 깊고 비즈니스에도 소질이 있는 완벽한 여성이다. 그리고 그는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일년 전 이맘때만 해도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에 불과했던 그는, 지금은 전 미국인이 추앙하는 성녀다.



리사 비머의 남편 토드 비머는 9·11 때 희생당했다. 9·11 때 납치당한 비행기는 모두 4대. 두대는 세계무역센터에 떨어졌고 한대는 펜타곤에, 그리고 나머지 한대는 피츠버그 남동쪽 들판에 떨어졌다. 토드 비머는 들판에 떨어진 유나이티드 93호기에 타고 있었다. GTE 에어폰사에 근무하는 리사 제퍼슨에 따르면 토드와 함께 있었던 탐 버넷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비행기 납치 상황을 중계했다. 이어 토드는 아내가 곧 아이를 낳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다. 제퍼슨은 토드와 버넷이 함께 조종석에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향해 돌진한 것으로 추정한다.

토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Let’s roll”. 굳이 한국말로 옮기자면 “그래, 우리 한번 해보자”며, 이는 테러리스트를 향해 뛰어든 선량한 남편을 추모하는 리사 비머의 책 제목으로 남게 됐다. 슬픔에 젖은 그는 뱃속에 있는 남편의 세 번째 아이와 하나님에 의지하여 일어선다. 한 월남전 참전용사는 그에게 자기가 받은 소중한 훈장을 보내고, 미국 의회는 기립박수로 위로와 경의를 표시했다. <오프라> <래리킹 라이브> <60분> <굿모닝 아메리카>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텔레비전 토크쇼를 비롯해 <타임> <리더스 다이제스트> <투데이스 칠드런 우먼> 등의 인쇄매체에서도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곳저곳에서 답지하는 성원에 힘입은 그는 자금을 모아 ‘토드 비머 재단’을 세우고 설립자가 되었다.

기적을 못 미더워하는 어린이들에게 리사 비머는 기적의 존재를 가르쳐준다. 9·11 테러 당시 흉기와 폭탄으로 무장한 테러범이 세명이나 버티고 있는 와중에 인질인 승객이 기내 상황을 전화로 생중계할 수 있었다는 점, 통화량이 급증했다는 9·11 아침 과부하가 걸려 상대적으로 전파가 도달하기 어려운 비행기 안에서도 통화가 끊김 없이 이뤄졌다는 점 등을 리사 비머는 ‘기적’이란 말로 설명한다.

인디애나= 이민아 | 자유기고가 mina74@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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