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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람이야기 등록 2003.04.23(수) 제456호

[사람이야기] ‘도코모모 코리아’ 띄운다

김정동 교수(목원대 건축학과)는 건축계에서 ‘걸어다니는 자료실’로 알려져 있다. 개화기로부터 일제강점기 동안 지어진 근대건축의 발굴·기록을 위해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중국 등을 누비며 조사를 벌여왔다. 근대건축 연구자라면 김 교수의 방대한 조사자료에 빚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최근 100여년 동안 지어진 건물들은 ‘문화재’로 대접해주지 않는 통념에 눌려 소리소문 없이 허물어지기 일쑤였다. 이에 김 교수는 단순한 연구를 넘어 이런 건물들을 지켜내기 위한 법제화와 보존운동에도 힘을 기울여왔다.

이제 김 교수의 근대건축 사랑이 대한민국 국경을 넘어 국제적 연대·지원을 받게 된다. 근대건축 보존문제에 관한 국제 민간기구 도코모모(Documentation and Conservation of Buildings, sites and neighborhoods of the Modern Movement)에 우리나라도 가입하게 된 것.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공과대학의 엥케 교수가 발의해 1988년 결성된 도코모모는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 유산 목록을 작성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전 세계 40개국이 가입했다.

도코모모 코리아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 교수는 다음달 2일 창립 심포지엄(서울 명동성당)에서 모더니즘의 유입이 건축에 미친 영향에 대해 학술발표를 한다. 이날 심포지엄엔 도코모모 재팬의 대표인 스즈키 히로유키 교수(도쿄대 건축과)도 내한해 일본의 도코모모 활동을 소개한다. 윤인석(성균관대), 안창모(경기대), 김태중(경남대), 정인하(한양대) 교수 등 15명의 발기인도 참석해 종합토론을 벌인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은 주로 몇백년 된 옛 건물을 중심으로 합니다. 이에 비해 도코모모는 근대화 이후 생겨난 건물·터·환경 등에 대한 기록과 보존을 맡죠. 도코모모 코리아가 창립되면 명동성당·독립문 같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건물들도 국제적 조명을 받게 될 겁니다.” 도코모모 코리아는 올 가을엔 우리나라에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건물 20점을 뽑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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