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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람이야기 등록 2003.01.08(수) 제442호

[사람이야기] 팝가수, 문화장관 되다

1월1일 출범한 브라질의 좌파정권에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룰라) 대통령말고도 국제적인 눈길을 끄는 인물이 한 사람 있다. 바로 질베르투 질(61) 문화장관이다.

질은 널리 알려진 브라질의 대표적 팝 가수지만, 독재에 저항하다 투옥과 국외추방을 당하는 등 ‘투쟁의 삶’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장관 임명은 브라질 문화와 가난한 대다수 흑인들에 대한 룰라 대통령의 애정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질 이전에 흑인으로 장관에 임명된 사람은 축구영웅 펠레밖에 없다. 그는 장관 취임 뒤 첫 연설에서 “브라질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브라질 문화의 산실이 되는 장관이 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질은 팝 가수가 문화장관에 어울리느냐는 일부의 비판을 의식한 듯 취임식장에 즐겨입던 화려한 무대의상 대신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1942년 브라질 북부 살바도르에서 태어난 질은 10대인 50년대 후반부터 싱어 송 라이터로 음악활동을 시작해 67년 발표한 첫 음반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특히 카에타누 벨로수, 갈 코스타 등과 함께 브라질 팝 음악의 새 장을 연 60년대 말 ‘혁명적 트로피컬리아 운동’(관념적이지 않고 대중에 친근한 방식으로 자유와 인권신장 등의 메시지를 노래한 대중문화운동)의 선구자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질은 68년 브라질 군사정권과 충돌해 짧은 기간 수감된 뒤, 영국 런던으로 추방당하는 ‘정치적 시련’을 겪었다.

72년 브라질로 돌아온 그는 열정적인 작품을 끊임없이 쏟아냈으며, 99년 그래미상에서 ‘베스트 월드 뮤직 음반’ 부문을 수상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80년대 들어 군사독재 정권이 물러나면서 살바도르 시의회 의원과 환경운동가로 활동했으며, 89년에는 녹색당에 입당해 전국집행위원을 역임했다. 브라질 음악뿐 아니라 레게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문화장관으로 일하더라도 음악활동을 계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재권 기자/ 한겨레 국제부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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