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사람이야기 | 등록 2002.02.19(화) 제397호 |
[사람이야기] 원폭 피해자들의 이유있는 분노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방한 반대여론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보수적으로 정평(?)이 난 대구지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군기지의 기름유출 사건과 연합토지 관리계획에서 지역의 미군기지·시설 반환이 유보된 점 등이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에 여느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연일 열리는 반대 집회 중 과거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원폭 피해자들의 집회가 눈길을 끈다. 명칭은 “부시방한 반대, 반전평화 집회”. 이 집회에는 ‘원폭피해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김동렬(36) 사무국장이 중심에 서 있다. 시민모임은 2001년 4월28일 결성됐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일본의 원폭투하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징용으로 끌려갔던 조선인들의 원폭 피해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에 노력하고 있는 단체이다. 대구지역 반미운동의 ‘맹장’으로 불리는 김 사무국장이 이 단체와 손잡은 배경에는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놓여 있다. 경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졸업 뒤 민주주의민족통일 대구경북연합에서 일하며 자주통일 관련 업무에 잔뼈가 굵었다. 대구시민사회단체의 ‘114’라고 불릴 만큼 마당발이기도 하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전화번호든 개인연락처든 누가 물어도 금방금방 입에서 술술 나온다. 지난해에는 같은 단체에서 일하는 이진향(28)씨와 결혼해 노총각 딱지를 뗀 지 얼마 안 된 새신랑이기도 하다. 사람좋기로 소문난 그가 요즘에는 몹시 화가 나 있다. “원폭만한 대량살상무기가 어디 있습니까. 시민모임에는 피폭 1세는 물론 1.5세, 2세까지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몹시 분노하고 있습니다. 대체 미국에 누가 ‘절대 선’의 지위를 부여했습니까. 2차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터뜨려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미국이 과연 북한이나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 몰아세울 자격이 있습니까?”
배종진/ 미군기지되찾기 대구시민모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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