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사람이야기 등록 2002.01.08(화) 제392호

[사람이야기] 희망새에게 노래의 날개를!

그 어떤 로커보다 처절하다. 그 어떤 랩보다 선동적이다. 민족음악에 바탕을 둔 공연을 하는 노래극단 ‘희망새’. 이들은 항상 개량한복을 입고 무대에 선다. 노래는 민요가락에 바탕을 두고, 몸짓은 전통무용을 응용한다. 이들에게 전통은 일종의 ‘무기’다. 희망새는 전통음악으로 통일을 노래하고, 고전무용으로 해방을 선동한다. 소리높여 통일을 노래한 탓에 희망새는 공안당국의 표적이 돼왔다. 희망새 활동으로 구속된 사람만 11명.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주류질서에 온몸으로 맞서는 것이 ‘언더 정신’이라면, 희망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언더인지도 모른다. 노래에 사상을 담는 것을 터부시하거나 촌스럽게 여기는 세태가 이들을 ‘언더 중의 언더’로 만들었다.

희망새는 부산지역 대학노래패 출신을 중심으로 93년 창단됐다. 94년 첫 창작음악극으로 오봉옥 시인의 서사시 ‘붉은 산, 검은 피’를 원작으로 한 <아침은 빛나라>를 준비했다. 그러나 대본을 완성하고, 공연준비까지 마친 <아침은 빛나라>는 결국 무대에 올려지지 못했다. 대본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걸린 것이다. 단원 9명 전원이 구속됐다. 98년에도 범민족대회 공연을 마치고 나오다가 단원 2명이 구속됐다. 시련 속에서도 음악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5장의 앨범을 냈고, 한해 평균 150회 공연을 해왔다. 집회를 쫓아다니느라, 거리에서 노래하느라, ‘희망새’ 애초의 목표인 창작음악극은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오는 1월17일부터 20일까지, 10년 동안 유예돼온 희망새의 ‘희망’이 마침내 이뤄진다. 서울 여해문화공간에서 첫 번째 창작음악극 <지리산에 가고 싶다>(문의 051-581-6941)를 공연하는 것이다.

“80년대에 20대를 보낸 ‘80세대’ 이야기입니다. 지리산은 그 시대에 복원된 역사를 상징하는 곳이구요. 하루하루 일상에 쫓기면서 역사의 꿈을 잊은 80세대들이 다시 지리산을 찾는 얘기입니다. 서른이 넘고, 마흔이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편지’인 셈이지요.”

희망새 음향감독 김태광씨의 <지리산에 가고 싶다>에 대한 소개다. 이번엔 국가보안법의 서슬푸른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까. 김씨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낙관한다. 잠시 뜸을 들이다 쐐기를 박는 한마디. “잡아간다고 우리가 안 할 것도 아니구요.” 12명의 단원이 10년째 한길을 가고 있는 노래극단 희망새. 국가보안법이 가로막아도, 생활고가 짓눌러도 이들은 ‘희망새’로 살고 싶어한다. 남북이 하나 되는 날까지.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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