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위기에 빛나는 천재 투자가첨단기술주의 폭락으로 많은 사람들이 울상짓고 있는 가운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뉴욕 월가의 천재 투자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71)이 그 사람이다. 버핏은 첨단기술주를 배척하고 내재가치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굴뚝산업주 투자를 밀고 나간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최대주주이자 36년째 최고경영자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3월10일 공개한 2000년 실적은 놀랍다. 순익이 주당 2185달러인 33억2800만달러로 1999년의 주당 1025달러, 15억5700만달러에 비해 114%나 늘어났다. 지난 3월9일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주당 7만1100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74%나 올랐고 시가총액은 99년 말 253억달러에서 278억달러로 늘었다. 1년 전만 해도 버핏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었다. 지난해 3월10일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5132.52를 기록하던 날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4만800달러까지 떨어졌다. 99년 첨단기술주 투자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가 20%나 떨어진 사실까지 겹쳐, ‘버핏은 이제 한물 갔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뒤 나스닥은 몰락해 결국 1년 동안 59%나 떨어졌으나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상승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요 보유주식은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질레트, 워싱턴포스트 등 전통산업 분야다. 지난해에는 카펫회사와 건축자재회사 등에 투자했다. 지난 65년 이래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평균 수익률은 23.6%로 이제까지의 총수익률은 무려 20만7821%에 이른다. 그리고 그동안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2000년 실적을 공개한 날 버펫은 “나는 과대평가된 주식에 대한 투기가 아니라 내실있는 옛 경제주에 대한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을 선호한다”고 다시 한번 자신의 투자철학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거품시장은 이익이 아니라, 오직 주식상장만을 1차목표로 삼는 거품회사를 만들어냈다”며 “지각없는 투자자들과 탐욕스러운 뉴욕 월가의 사람들이 지난해 기술주 거품을 일게 했다”고 비난했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 gauz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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