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사법피해자의 절규를 들어라!
살다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수가 있다. 웬만한 일은 참고 넘어가도 그것이 신체나 정신에 위협을 가하거나 생존권을 심하게 침해할 경우 사람들은 법에 호소한다. 그런데 그 법을 집행하는 이들한테서도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6번 출구 안에는 두명의 ‘독특한’ 노숙자가 있다. 지난해 9월19일부터 8개월이 넘도록 사법비리 관련자들의 처벌을 주장하며 콘크리트 바닥에서 밤낮을 보내는 남귀옥(54·부산시 진구 초읍동·사진 오른쪽)씨와 임복순(68·부산시 사하구 하단동)씨가 그들이다. 식당업을 하던 남씨는 91년 식당에서 1.5m 떨어진 곳에 아파트 단지 놀이터가 들어서는 바람에 장사를 전폐해야 했고, 임씨는 96년 소방도로 측량이 엉터리로 되는 통에 자신의 집 마당 15평가량을 빼앗기게 될 위험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법적 분쟁으로 갔으나 이들은 매번 지고 말았다.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게 된 이들은 거리로 나섰다. 언론사와 시민단체의 문을 두드렸으나 뾰족한 해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청와대가 가장 가까운 이곳 지하철역에서 대통령을 향해 특단의 조처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남씨는 “판사와 검사, 심지어 변호사까지 법령을 왜곡해가며 건설업자의 편을 들어줬다”고 주장한다. 그의 사례는 지난해 4월 서울대 법대 학생회가 펴낸 <사법비리피해자 사례집>에 첫 번째로 올라 있다. “남편과 아이들은 제발 그만하라고 만류하지만, 이대로는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10년 동안 법을 믿고 그 안에서 싸웠는데 결국 그 법에 농락당한 심정,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는 플래카드에 붉은 글씨로 써놓은 판사, 검사, 변호사의 이름들을 가리키며 “저들이 무고죄로라도 나를 고소해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열세살난 외손자와 함께 살고 있다는 임씨는 “날품을 팔면서도 법 한번 어기지 않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왔다”며 “담당 공무원들이 잘못하면 법이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마저 힘없는 이 노인네를 무시할 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울먹였다. 아침 저녁으로 청와대 앞길에서 플래카드를 치마로 두른 채 시위도 해보건만, 메아리 없는 외침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의경 두명만 이들의 뒤를 졸졸 따를 뿐이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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