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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경제 등록 2003.10.30(목) 제482호

[경제] 미국 따라하면 이렇게 된다

[경제 | 전력산업 구조개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참담한 실패…폭등한 전기값이 주지사 갈아치우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큰 주이고, 캐나다의 온타리오주는 보수당이 장기 집권하는 지역이다. 지난 10월 초 양쪽 다 정권이 교체됐다. 새 집권 세력의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집권 배경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점이다.

전력시장을 엔론에 맡겨?

온타리오는 캐나다 10개주에서 인구 수(1100만명)로는 가장 큰 주이다. 미국 중동부 지역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어 미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산업활동 또한 캐나다에서 가장 왕성하다. 그래서 ‘캐나다 경제의 엔진’으로 불린다. 지난 1990년대에 미국 경제가 고성장이 지속되는 이른바 ‘신경제 호황’을 누릴 때 온타리오주도 닮은꼴 성장을 했다.

그런데 미국에 닮지 말아야 할 것을 닮아 요즘 캐나다 각 주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 ‘하이드로원’이라는 공기업 독점체제의 전력산업을 운영하다가 미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본받아, 하이드로원의 분할 및 민영화와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하다가 낭패를 당하고 있다.

온타리오주는 2002년 5월 도매와 소매시장의 개방과 경쟁을 동시에 도입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소매요금은 묶어놓고 도매시장에만 경쟁체제를 도입한 결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보고 ‘후발주자의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말하자면, 좀더 완벽한 시장원리를 시도한 셈이다. 이런 온타리오주의 전력시장 설계는 미국의 엔론이 맡아서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됐다.

실험은 불과 7개월 만에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도매요금은 2002년 5월 처음 시장문을 열 때 2.97센트/kWh였는데 9월에는 평균 8.31센트로 5개월 만에 3배 가까이 올라버렸다. 게다가 이 요금인상폭이 고스란히 소비자 요금청구서에도 반영되자 온타리오 주민들은 경악했다. 캐나다 공공노조연맹의 브루노 실라노 회장은 “정부가 구조개편을 추진하면서 1600여명의 전력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처음 구조개편 관련 논란은 전력노조원들의 생존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막상 시장의 뚜껑을 열고 보니 모두가 격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어니 이브스 온타리오 주지사는 2002년 11월 항복을 선언했다. 전력산업 규제완화를 중단하고 그동안 오른 요금에 대해서 보상까지 하겠다고 발표했다. 주택용과 소규모 사업체의 전기요금은 4.3센트/kWh로 동결하고, 2002년 5월 이후 4.3센트 이상 과다지불된 요금에 대해서는 가구당 최대 100달러까지 환급해주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그리고 도매가격도 2006년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쏟은 물 주워담으려다 재정악화

보수당 출신의 이브스 수상이 이런 획기적 역규제조처를 내린 데는 정치적 고려가 컸다. 워낙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고, 당시 1년 임기를 남겨두고 재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엎질러진 경제적 파국을 정치적으로 풀려는 것 또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전력사태를 수습하느라 주정부의 재정이 돌이킬 수 없도록 악화돼 정적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게다가 지난 9월에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미국 북동부에서 불붙기 시작한 정전사태가 캐나다에서는 유독 온타리오주에만 번졌다. 도·소매 전력시장을 운영하기 위해 미국 북동부 지역의 계통운영망을 의존했던 게 화근이었다. 결국 지난 10월7일 선거에서 어니 이브스 주지사는 야당이던 신민주당에게 주지사 자리는 물론 주의회 다수당의 지위까지 내줘야 했다.

토론토= 박순빈 기자/ 한겨레 경제부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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