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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경제 | 등록 2003.10.23(목) 제48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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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몽준, 호주머니가 불안하다? 최근 현대중공업 계열사들 순환출자 방식으로 탈바꿈… 대선에서 쓴 돈 배당금으로 메우려 하나
“적은 돈으로 여러 대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3개 이상의 기업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이제 한국 경제에서 상식이 됐다. 지분이 적을 경우 계열사를 이용해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재벌의 경우 2개 기업이 서로 지분을 갖는 상호출자는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벌 총수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 흔히 ‘쓰리쿠션’이라 불리는 순환출자다. 모기업이 자회사의 지분을 사고, 자회사는 손자회사의 지분을, 그리고 손자회사가 다시 모기업의 지분을 사는 것이다.
주식 10만주 팔아 현금 확보하기도
현대중공업 계열사들의 지분 구조가 최근 순환출자 방식으로 탈바꿈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15일 보유 중인 자사주 383만주(지분율 5.04%)를 현대미포조선에 팔았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앞서 지난 9월 현대미포조선의 지분 27.7%를 현대삼호중공업에 팔기도 했다. 이런 지분변동의 결과 현대중공업은 미포조선의 지분 94.92%를 가진 최대주주, 미포조선은 삼호중공업의 지분 36.89%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고, 현대중공업의 손자회사인 삼호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의 3대주주가 됐다. 순환출자 구조를 만드는 것은 대개 대주주가 지분율이 낮아 이로 인한 경영권의 불안정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전체의 10.87%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이 자사주로 25.4%를 갖고 있지만, 이는 의결권이 제한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손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 주식을 산 것은 정 의원의 경영권 안정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중공업 계열사들의 지분구조가 바뀐 것은 정몽준 의원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경영권보다는 정 의원에게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가 막판 후보단일화로 후보 출마를 포기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돈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올 들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정 의원은 지난 6월30일과 7월1일 자신이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 주식 10만주(24억원어치)를 장내에서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재벌 총수가 특별한 이유 없이 모기업의 지분을, 그것도 소규모로 파는 것은 드문 일이다.
주당 1천원 배당하면 82억원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회사에서 맡은 직함이 없어 의원 세비 외에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의원은 지난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현대중공업의 고문직도 내놓았다”며 “고문으로 있을 때는 보수가 나갔지만, 지금은 보수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주주 자격으로 배당을 받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변화도 정 의원이 배당을 많이 받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까지 주당 1천원 안팎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그러나 이후 2년 동안 적자를 내면서 배당을 한푼도 하지 못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106억원의 흑자를 내 배당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보유 중인 자사주를 내다 팔아 현금을 마련해 재무구조가 튼실해지면서 배당 여력은 더욱 커졌다. 현대중공업이 주당 1천원씩 배당을 할 경우 정 의원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82억원가량이다. 배당금만 안정적으로 나온다면 주식을 추가로 내다 팔 필요는 없어지게 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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