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선진국이 칼자루 쥔 WTO · IMF 시장개방 확대와 무역장벽 철폐를 앞세운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재편에 활용되고 있는 핵심 국제기구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를 통해 전 세계 개도국의 시장자유화, 탈규제화, 사유화를 추구해왔다. 이 워싱턴 컨센서스를 전파하고 강요하는 무기가 WTO와 IMF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의 운영방식은 전혀 다르다. WTO가 ‘1국 1표’ 체제인 반면, IMF는 ‘1달러 1표’ 체제다. IMF에서는 각국의 IMF기금(SDR) 출자지분(Quota)에 따라 발언권과 영향력, 투표권이 달라진다. 예컨대 미국은 올 1월 말 현재 출자지분 17.46%로 IMF 최대주주다. 일본(6.26%), 독일(6.01%), 영국·프랑스(각 4.96%), 한국(0.77%) 등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다. 이 막강한 지분을 바탕으로 가장 많은 투표권을 얻은 미국은 IMF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수결에 의한 표결을 거치지 않고 만장일치제를 원칙으로 모든 회원국간 합의를 추구하는 WTO는 평등한 국제기구라고 할 수 있을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개발경제학)는 “WTO 무역자유화는 본질적으로 선진국이 주도하는 불평등조약인데, 체면이 있으니까 미국 등이 겉으로 다자간 협상 틀이라는 허울을 만든 것뿐이다. 국민소득 100달러인 에티오피아와 4만3천달러인 스위스가 어떻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다자간 합의를 표방하지만 선진국의 회유·협박에 맞서 배짱 좋게 거부할 수 있는 국가는 인디아·말레이시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런 WTO 협상의 본질은 지난 99년 시애틀 제3차 WTO 각료회담 합의 실패의 한 원인이었던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물질에 대한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 논의에서 극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제규범에 따르면, 인류 건강을 위해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도 외국 정부가 ‘강제실시’를 통해 ‘국내 소비를 목적으로’ 에이즈 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도 등에서는 거의 같은 품질의 에이즈 치료제를 다국적 제약업체의 상품보다 훨씬 싼 가격(500달러 안팎)에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과 설비 부족으로 에이즈 약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특허권을 가진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제약업체에서 만든 비싼 에이즈 약품(1만∼1만5천달러)을 사먹어야 했다. ‘국내 소비 목적’이란 규정 때문에 인도가 아프리카에 약품을 수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참다 못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인도 등 제3국에서 생산된 약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특허 규정을 바꾸라고 요구했지만 선진국은 다국적 제약업체의 초과이윤 보호를 위해 이를 거부해왔다. 이런 갈등과 대립 속에서 개도국과 후진국이 “세계화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세계화이며 누가 주도하고 누구를 위한 무역개방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이것이 이번 칸쿤협상에서 개도국들의 연합전선 구축으로 나타난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