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경제인 ] 2003년07월02일 제466호 

기업금융을 살려라

기업금융이란 측면에서 볼 때 은행 대형화는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인천대 이찬근 교수(국제금융)는 “한국의 경우 정보비대칭성 문제와 기업투명성 미비 탓에 주식 등 자본시장 중심으로 기업금융을 활성화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은행에서 신용대출도 제대로 못 받아본 기업들에게 당장 자본시장에 진출해 투명성을 입증하라고 외치는 것은 극히 무모하다”고 말했다. 실력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은행이 여전히 기업금융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수의 기업금융 특화은행’을 주장해온 이 교수는 “은행들간에 고객기업군을 차별화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비용을 투입해 고객기업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은행들에게 고객기업에 대한 신용위험을 서로 분담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밭대 조복현 교수(경제학)는 “금융중개기관인 은행은 적극적인 경제발전의 주체로서 효율적인 자금 배분의 담당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은행 시장구조가 대형화 중심으로 집중되면 기업대출이 줄어들고 중소기업 대출은 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적정 규모를 유지하면서 경쟁하는 체제가 경제성장과 금융안정 달성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은행은 돈을 빌려간 기업이 자금을 제대로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감시·통제하고, 차입기업에 대한 조사나 장기적인 거래관계 형성을 통해 기업의 정보를 획득·분석·평가해야 한다”며 은행이 해야 할 투자 프로젝트의 선별 및 사후 감시기능을 강조했다.

대안연대회의 정승일 박사는 시중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5년간 쌓아온 워크아웃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서울·조흥은행 등 대기업 금융에 주력했던 은행들은 부실기업 워크아웃과 출자전환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에서 축적된 기업금융 노하우는 맹아적 자산이다. 그런데 이들 은행들이 소매금융에 치중해왔던 다른 은행들에 합병되면서 노하우가 사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은행들간의 유효경쟁이 우선이고, 대형화는 그 결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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