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경제인 ] 2003년06월25일 제465호 

낮은 곳으로 임하는 최저임금

최저임금은 1989년 전년 대비 23.1%가 인상된 뒤 90년 15.0%, 91년 18.8%로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인상되다가 92년부터 결정적인 전환을 맞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92년 12.8%에 그친 뒤 이듬해 8.6%로 추락했다. 그 후로는 2001년을 빼고 해마다 한자릿 수 인상에 그쳤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88년 이후 지금까지 통틀어볼 때 5인 이상 상용(풀타임)노동자 전체 임금인상률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8.62%포인트 더 낮다. 최저임금이 오히려 노동자간 임금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는 꼴이다. 2002년 최저임금 인상률(8.3%)은 ‘실질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9.0%)보다 더 낮아 실질임금이 오히려 삭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최저임금이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 가이드라인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는 정도의 수준, 즉 51만4150원보다 100원 혹은 200원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기업이 많은 것이다. 그만큼 최저임금이 낮다는 증거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근거해 추정한 올 최저임금(시급 2275원)의 영향률(전체 노동자 대비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 비율)은 6.4%(84만9천명)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한달 51만원 이하로 생활하는 한계임금의 노동빈곤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 여성노동자나 직장 초년생, 노년층 노동자 등 일부 노동자에 국한되지 않고, 수많은 비정규직이 생계를 최저임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임금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는데, 국가가 개입해 최저임금 수준을 높일수록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또 주류 노동경제학자와 사용자쪽은 “생계비가 노동자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생계비를 결정한다”며 생계비 개념을 부정하고 오직 생산성만 따진다. 그러나 시장에서 기업의 지불능력만을 고려한다면 사회 정책수단으로서의 최저임금은 있으나 마나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저임금을 기반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행태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식대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식으로 실질임금을 오히려 낮추는 사례까지 있다. 지나치게 낮은 법정 최저임금이 한계기업 퇴출을 막아주는 구실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