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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진로를 삼키려 한다 골드만 삭스의 (주)진로 법정관리 신청 파문…컨설팅해준다며 기업정보 이용해 채권 사모은 의도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지난 4월3일 기습적으로 (주)진로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양쪽의 해묵은 대립이 갈 데까지 간 최후의 결전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은 1조600억원대의 대규모 외자유치 계약을 눈앞에 둔 진로가 “이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발표하면서 흥분에 들떠 있던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진로의 외자유치는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고, 이는 ‘화의중지-법정관리-제3자 매각 또는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국내 첫 화의(법원 중재에 따른 채권변제 유예 및 기업 회생절차)기업인 진로의 해외 채권자다. 진로의 96개 채권자(국내 68개, 외국 28개) 가운데 채권액을 가장 많이 보유(약 18%로 추정)하고 있다. 외자유치를 코앞에 두고 골드만삭스가 법정관리 카드를 동원해 치고나선 내막은 무엇일까?
외자유치 고비마다 갈등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98년과 99년 두 차례에 걸쳐 당시 성업공사(현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으로부터 1700억원대의 진로채권을 인수했다. 골드만삭스가 경영 컨설팅을 해주면서 취득한 기업 내부 정보를 이용해 진로채권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게 진로쪽 주장이다. 진로쪽은 “골드만삭스가, 진로채권이 어디에 얼마나 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빼낸 뒤 진로의 향후 재무상태 전망을 보고 집중적으로 채권 매집에 나섰다. 비밀유지계약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그 뒤로도 진로의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모았고, 현재 골드만삭스가 보유 중인 진로채권은 액면가로 32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진로와 아무런 관계가 없던 골드만삭스가 진로 부도 이후 새로운 최대 채권자로 등장한 셈이다. 진로와 구조조정을 돕겠다고 나선 골드만삭스의 ‘불편한 동거’는 이렇게 시작됐고, 그 뒤 진로와 골드만삭스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다. 골드만삭스는 2000년부터 진로건설·진로종합식품·진로홍콩법인에 대한 파산신청을 잇달아 낸 데 이어 일본 내 진로 상표권까지 가압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진로의 본사 부지 매각에도 반대했다. 진로는 외자유치의 중요한 고비 때마다 번번이 골드만삭스가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의도적으로’ 진로의 경영 정상화를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빚쟁이 골드만삭스의 딴죽에 걸려 진로 회생이 자꾸 꼬여왔다는 얘기다. 반면 골드만삭스쪽은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진로 경영진의 불투명한 자산매각을 저지해 모든 채권자를 위한 재산보전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취한 조처들”이라며 채권자로서 정당한 권리행사였다고 반박한다.
경영권 탈취해 팔아먹는다?
그렇다면 진로의 대규모 외자유치를 앞두고 골드만삭스가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진의는 무엇일까 진로는 골드만삭스가 ‘진로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 뒤 지난 5년간 착착 진행해온 ‘음모’의 결정판이 법정관리 신청이라고 분석한다. 파산신청을 무기삼아 진로를 압박한 뒤 △헐값에 집중 매집한 부실채권을 비싸게 되팔고 △경영권을 탈취한 뒤 제3자한테 팔아먹으려는 고도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진로쪽은 “악질 채권자이자 투기자본인 골드만삭스가 진로채권을 줄기차게 사모은 뒤 보유채권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법정관리 신청으로 뒤통수를 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로서 회사를 정상화시킬 노력은커녕 어떻게 하면 진로에서 돈을 더 빼낼 수 있을까만을 궁리해왔다. 기업회생을 위해 진로가 5년간 공들인 외자유치 노력이 물거품될 위기에 놓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골드만삭스도 나름의 논리를 편다. 골드만삭스는 진로가 5년간 구조조정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국제입찰에 부쳐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골드만삭스의 제이슨 메이나드 상무는 “기업부실의 책임을 져야 할 현 진로 경영진이 추진해온 외자유치 비밀협상으로는 진로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 법정관리인이 주도하는 국제입찰을 통한 자산매각이나 인수·합병이 회생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쪽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실체적 진실은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진로에 대한 투자원금 이상의 수익을 이미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진로채권에 대한 이자지급은 1998년 화의 성립 당시 99년까지 유예하고, 원금은 올해부터 분기별로 지급하기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2000년부터 이자지급이 시작됐다. 진로 전영태 차장은 “진로채권은 액면가 기준 7∼11%의 이자율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골드만삭스가 2000년부터 3년간 채권 이자로 챙긴 돈만 해도 투자원금보다 많다”고 폭로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진로계열사 채권들은 부도 이후 유통시장에서 발행가격의 1∼20%선에서 팔렸다. 진로쪽은 골드만삭스가 평균적으로 채권 발행가의 10% 수준에서 진로 부실채권을 매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보유 중인 진로채권은 액면가로 쳐 3250억원이므로, 산술적으로 액면가의 10%에 샀다면 채권 투자원금은 약 325억원이 된다. 그동안 받은 이자수입만 쳐도 거의 1천억원(3250억원×평균이자 10%×3년)에 이른다. 진로는 “골드만삭스가 그것도 모자라 (최대 채권자 지위를 이용해) 다른 채권자 몰래 액면가의 100% 상환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며 거대 금융자본 골드만삭스의 탐욕을 성토했다.
이자로 챙긴 돈 원금보다 많아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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