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경제 등록 2001.11.07(수) 제383호

[경제] 핸즈프리 ‘전성시대’

자동착신·전자파 차단 등 기능도 제각각… 디자인·품질 꼼꼼히 살펴 최적의 선택을

‘달리는 차 안의 사무실’이라는 텔레매틱스가 최근 등장했다. 대우자동차가 10월31일 선보인 텔레매틱스는 이동통신과 인공위성지리정보시스템(GPS)을 접목시켜 각종 생활편의 정보를 자동차 안에서 즉시 제공받는 서비스다. 운전자가 차에 장착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콜센터 직원이 길 안내, 주유소, 음식점, 뉴스, 날씨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제 자동차는 더이상 ‘빨리, 편하게 가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달리면서 정보를 주고받고 일까지 처리한다. 단순한 ‘탈 것’의 개념을 넘어 자동차를 ‘달리는 사무실’로 바꾸는 주체는 이동통신이다. 최근 들어 속속 출시되는 핸즈프리도 텔레매틱스를 지향하는 제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화를 걸고 받는 것뿐 아니라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춰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돕기도 하는 것이다.

“내 차에 맞는 제품은 어느 것일까”

경찰의 ‘운전중 통화단속’ 방침이 나온 뒤부터 각종 핸즈프리 제품이 쏟아져나왔지만 자동차 1200만대 중 절반가량은 아직 핸즈프리를 달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지난 11월1일부터 운전중 통화단속에 본격 나서면서 다시 핸즈프리 수요가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자동차용품 판매상인 주영카플라자는 “이미 핸즈프리를 구입한 운전자 중 한두달 만에 망가지거나 통화음질이 크게 떨어져 이번에 새로 장만하러 오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처음 몇번 쓸 때는 괜찮았는데 하루가 다르게 통화음질이 나빠져 급기야 못쓰게 되거나, 싸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중국산 제품을 샀다가 차 안에 달아놓기만 하고 쓰지 못하는 사례도 흔하다.

그만큼 핸즈프리의 생명은 ‘깨끗한 통화음질’이다. 따라서 제품을 고를 때는 소리가 울리거나 자신의 목소리가 되돌아오는 메아리 현상은 없는지, 음성이 또렷이 전달되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또 운전중에 쓰는 만큼 다양한 기능에 앞서 손쉽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핸즈프리는 거치형, 이어폰형 외에 전파나 적외선을 이용한 무선형도 있다. 스피커와 마이크로 구성되는 거치형(3만∼6만원대)은 다른 사람이 차에 타고 있으면 자기만의 비밀통화가 곤란하기 때문에 별도의 이어폰을 추가로 사야 한다. 반면 이어폰형(1만∼2만원대)은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에 통화 버튼을 추가한 것인데 운전중에 휴대폰을 둘 곳이 마땅하지 않다. 이 점을 감안해 휴대폰 거치용 자석을 별도로 제공하는 제품도 있다. 무선형(2만∼6만원대)은 통화음을 전파 또는 적외선에 실어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용하는 주파수와 FM방송이 겹칠 수 있는데다 라디오를 이용할 경우 통화 때마다 FM라디오를 해당 주파수에 고정시켜야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결과, 전파를 사용하는 제품은 88MHz와 106MHz 부근의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일부 지역에서 FM방송용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는 탓에 전파가 겹치거나 다른 차량의 라디오에서 통화 내용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적외선을 이용한 방식은 전용 수신기를 사용하므로 혼선이 일어날 우려는 없다. 하지만 중간에 빛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으면 통화가 끊길 수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핸즈프리의 통화음질은 큰 차이가 없다. 통화음질이 나쁜 제품은 그동안 시장의 선택에 의해 업체들이 더이상 물건을 내놓지 않거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저마다 톡톡 튀는 기능과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 나가보면 ‘별 게 다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에스지텔레콤이 내놓은 핸즈프리 ‘카피드’는 손을 대지 않고도 벨이 3번 울리면 자동으로 전화를 받게 해주는 자동착신 기능을 갖췄다. 전화가 걸려오면 전지의 전압에 변동이 생기는데 이를 핸즈프리의 중앙처리장치(CPU)가 기존의 전압상태와 비교해 인식한 뒤 휴대전화기의 자동 통화장치를 작동시키는 원리다.

GPS를 이용한 핸즈프리도 나왔다. 기륭전자와 아이캐어프리가 함께 내놓은 ‘IMT2000A’(27만5천원)는 위험구간 및 사고다발지역을 미리 경보해준다. 기륭전자는 “도로에 가설해 전방에 있는 속도감시카메라를 미리 알려주는 이른바 ‘빽빽이’(신호감지장치)와는 다르다”며 “이 제품은 GPS를 이용해 속도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위험구간을 사전에 알려주기 때문에 합법적이고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콜버튼을 누르면 센터 상담원이 나와 도로 정보는 물론 낯선 곳에서 가스충전소나 가까운 병원을 알려주기도 한다. 특히 주요 도로의 급경사나 굴곡진 데를 사전탐지해 700m 앞에서 “속도를 줄여주세요”라는 경보멘트를 내보내주는가 하면 시속 110km 이상으로 3초 이상 달릴 때도 자동으로 경보를 보낸다.

알파테크가 내놓은 ‘솔로링’은 적외선 송·수신 방식의 무선 핸즈프리로,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를 상당부분 차단했다. 이 제품은 또 휴대전화기 거치대가 자석으로 돼 있어 별도의 부착장치 없이 모든 기종의 휴대전화기에 사용할 수 있다.

룸미러에 다는 핸즈프리도 있다. 조은I&C가 내놓은 ‘룸미러 핸즈프리’는 차 안에 장착된 기존 룸미러 위에 다는 것으로 운전중 통화할 때 앞뒤 시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룸미러에 실버코팅을 해 밤에 주행할 때 뒷차량의 전조등 불빛으로 인해 눈이 부시는 현상을 막아주기도 한다. 자동차용품 판매업소인 주영카플라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20여개 핸즈프리 제품 가운데 요즘 가장 잘 팔리는 게 룸미러 핸즈프리”라고 말했다.

‘프리캡스’는 이어폰과 마이크를 모자에 장착한 핸즈프리다. 모자의 귀 가까운 부분을 당기면 스피커가 내장된 이어폰이 귀에 닿을 정도로 내려온다. 통화할 때 이어폰만 내려서 귀에 꼽으면 즉시 통화가 가능하다. 특히 챙 밑에 달린 마이크는 양 옆을 헝겊으로 싸 잡음을 차단하고 음량을 모을 수 있도록 한다.

차 안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는 스타씨엔에이의 ‘네온핸즈프리’와 (주)삼보전자가 내놓은 ‘자칼 다기능핸즈프리’가 있다. 네온핸즈프리는 네온램프가 핸즈프리에 붙어 있어 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자칼 다기능핸즈프리는 은은한 야간 조명효과뿐만 아니라 삼림욕장에서 내뿜는 피톤치드 방향기능을 곁들였다. 인형에 핸즈프리를 내장한 ‘토이 핸즈프리’도 선보였다. 핸즈프리는 휴대폰에 꽂는 이어폰 잭과 마이크, 충전용 잭 등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선들이 얽히고 설키게 된다. 토이 핸즈프리는 이 점을 고려해 이어폰 잭을 인형 뒤편에 부착했기 때문에 깔끔한 느낌을 주고, 인형의 팔을 구부려서 휴대폰을 고정할 수 있게 했다.

차종·단말기 바뀌어도 사용 가능해야

핸즈프리를 장만할 때는 우선 차종이나 휴대전화기 기종이 바뀌어도 쓸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휴대전화기의 제조사 및 모델에 따라 핸즈프리가 다른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과 가족이 사용하는 휴대전화기를 모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좋다. 핸즈프리를 이용하려면 휴대전화기에 이어폰 단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어폰 단자가 없는 구형 휴대전화기는 같은 기종의 전용 핸즈프리를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핸즈프리를 차 안에 부착할 때 운전석 앞 송풍구 근처는 피해야 한다. 에어컨의 찬바람을 직접 쐬는 곳에 부착하면 핸즈프리나 휴대전화기 내부에 이슬맺힘 현상이 생겨 고장날 수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자동차통신팀 김만호씨는 “수많은 종류의 핸즈프리가 시중에 나와 있고 군소 벤처업체들의 제품이 난립하다보니 품질보증이나 애프터서비스가 제대로 안 되는 게 많다”며 “값만 볼 게 아니라 기능과 품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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