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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피올리나의 위험한 승부수 그녀는 또 한번 스타가 됐다. 휴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47) 회장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경영인으로 꼽힌다. 미국 월가와 언론으로부터 늘 화려한 조명을 받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피오리나 회장의 인생행로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로스쿨을 중퇴한 다음 이탈리아에서 영어강사, 미국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창구안내원(리셉셔니스트) 등 단순 말단직종을 전전했다. 이후 거대통신기업 AT&T에 영업사원으로 일을 하면서부터 경영자로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해 지난 96년 AT&T에서 분사한 루슨트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99년 7월 드디어 휴렛팩커드의 CEO로 영입된다. 미국의 20대 안 대기업에서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CEO였다. 피오리나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대기업병을 앓고 있는 휴렛팩커드에 다시 벤처정신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 실제로 휴렛팩커드는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노력을 보였고, 독립사업부제 형태로 신규사업에도 활발하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력인 컴퓨터사업이 경기둔화의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 휴렛팩커드의 경영실적은 더 가파르게 추락했다. 급기야 지난 2분기에는 순이익이 1년 전보다 89%나 떨어져 피오리나 회장은 주주들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피오리나 회장이 내놓은 카드는 대규모 감원. 또 자신의 올해 연봉 262만달러 가운데 62만달러를 받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렇게 해도 휴렛팩커드의 경영상황은 호전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주가는 계속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피오리나 회장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실질적인 경영개선 노력은 게을리한 채 월가의 투자자들에게만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한다”느니,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별로 신통치도 않은 경영능력이 과대포장되었다”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전격적인 컴팩과의 합병계획 발표는 이런 비난여론을 일단 쑥 들어가게 했다. 피오리나 회장에 대한 기사가 다시 미국 신문들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나 찬사가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의 거대 인수합병의 결과가 별로 신통치 않았던 것처럼 휴렛팩커드와 컴팩의 합병도 소리만 요란했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게 되면 피오리나 회장의 생명도 끝장날 공산이 크다. 휴렛팩커드의 피오리나 회장은 지금 월가를 상대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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