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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이 살아남는 이유 어딘지 모르게 음습한 곳, 살인적인 고금리가 판치는 곳쯤으로 일반인에게 비쳐져온 사채시장은 유례없는 초저금리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싼이자로 제도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으므로 사채시장은 울상을 하고 있을까. 비제도권 사금융시장이라 해도 시중 실세금리 하락 추세를 비켜갈 수 없다. 올 초까지만 해도 월 1% 이상이었던 명동 사채시장의 A급 어음 할인율이 0.5%대로 떨어진 것만 봐도 시장이 ‘어느 정도’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지난해만 해도 “거래되는 회사채 물량이 30% 정도 줄었다”는 게 경제침체기를 표현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거래물량이 지난해의 30%밖에 안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명동의 사채전문가 오남영씨는 “사채시장쪽에서도 금리가 떨어지자 돈이 은행, 투신 등으로 높은 금리를 찾아 돌아다니다 그래도 갈 곳을 못 찾고 다시 이쪽에 머물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또 “어음할인쪽만 봐도 경제가 불확실하다보니 우량기업 A급 어음만 사재기하면서 할인율 1%도 무너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사채시장이 죽을 쑤는 형국은 아니다. 사채시장은 돈을 빌리는 곳만이 아니라 재테크의 무대이기도 하다.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사채시장을 기웃거리는 뭉칫돈이 늘어나기도 한다. 오남영씨는 “워낙 시중금리가 내려가다보니 금리가 높은 사채시장쪽으로 눈을 돌리는 기관투자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어음·채권중개 인터넷업체인 ‘인터빌’의 한치호 부장도 “콜금리가 4.5%로 떨어지면서 증권이나 투신 등 기관들로부터 사채시장의 금리가 어떤지를 묻는 전화가 자꾸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사채시장에서는 안전한 A급 어음이라도 최저 할인율이 0.55% 정도는 되는데다 세금도 안 내기 때문에 1억원짜리 어음을 할인해 사면 한달 55만원은 나온다. 그러나 같은 돈을 은행 정기예금으로 넣어두면 40만원밖에 벌 수 없는 실정이다. 자산의 일부를 단기유동성상품으로 돌리는 기관투자가로서는 콜금리가 바닥인 저금리시대에 사채시장만큼 매력적인 데도 없다. 사채시장에서 30일짜리 어음을 월 0.8%에 산 뒤 이중 0.2%를 커미션으로 주더라도 예금금리보다 나은 연 7.2%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 아무리 저금리시대라 해도 은행 여신한도에 묶인 기업이나 개인신용불량자 등 제도권에서 돈을 꾸기 어려운 부류는 고금리를 감수하더라도 결국 사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저금리 추세에도 사채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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