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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원으로 삼성 지배주주 등극?
삼성전자 경영기획담당 이재용(33) 상무는 명실상부한 삼성그룹 총수 후계자이다. 그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1%, 삼성SDS 10.1%, 삼성투신운용 7.72%, 삼성전자 0.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상무가 최대주주인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생명의 주식 19.3%를 보유하고 있다. 즉 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을 통해 다시 삼성의 주요계열사를 지배하는 고리를 이미 구축해놓은 것이다. 이렇게 삼성그룹의 총수자격을 얻은데 들인 재용씨의 종잣돈은 60억8천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94∼95년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현금이 60억8천만원으로, 이에 대해서는 16억원의 증여세를 냈다. 하지만 그뒤로는 세금 한푼없이 재산을 불려 4년여 만에 삼성의 지배주주로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는 절묘한 세테크와 재테크가 동원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삼성SDS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이다. BW란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결합한 특수 유가증권으로, 채권 보유자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놓은 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삼성SDS는 지난 99년 2월 주당 7150원의 가격으로 신주 321만7천주를 인수할 수 있는 BW 230억원어치를 발행해 재용씨를 비롯한 부진, 서현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에게 사적계약을 맺어 매각했다. 이렇게 해서 이 회장 자녀들의 삼성SDS에 대한 지분은 14.8%에서 32.6%로 높아졌다. 문제는 재용씨 등의 신주인수가격이 당시 장외에서 형성된 SDS의 실제거래가격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 삼성쪽에서는 상속·증여세법에 정해진 특수관계인과의 주식거래 관련규정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주당순자산가치를 반영해 BW를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공정위는 당시 SDS 주식의 실제 거래가격이 7150원을 훨씬 웃돌았다는 사실을 찾아내 부당하게 특수관계인을 지원한 삼성SDS에 1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세청도 재용씨가 삼성SDS의 BW 인수와 관련해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며 지난 4월 500억원대의 세금추징을 통보했다. 비상장기업 주식의 경우 장외에서 실제거래되는 가격이 있으면 세법은 주당순자산가치가 아니라 실거래가격을 과세기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으며, 국세청은 당시 SDS 주식의 장외시세가 5만4천∼5만7천원에 이른다는 증거를 확보해놓았다. 하지만 지난 7월3일 서울고등법원 특별6부(재판장 이창구 부장판사)는 삼성SDS건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삼성SDS가 재용씨 등의 특수관계인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점은 명백하다”면서도 다만 이 사안은 공정거래법 규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삼성쪽에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쪽에서는 “이번 법원판결처럼 공정거래법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한다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대법원에 즉시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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