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경제인 ] 2000년09월27일 제327호 

[경제] 묵혀둔 법안이 위기 부채질

경제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개혁추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급하다. 그동안 국회의 장기 공전에 따라 각종 개혁법안이 휴면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이는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위기론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행히 여·야간에 협상 분위기가 나타나 좌초상태에 빠졌던 개혁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돼 개혁작업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대표적인 개혁법안은 재정경제부가 마련해 놓은 금융지주회사법과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 법안이다. 금융지주회사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대형화·겸업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2차 은행개혁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CRV는 금융회사의 기업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할 경우 그 주식을 사주거나 관리를 맡아주는 회사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상태에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구조조정 작업에 필수적인 장치로 준비돼 왔다. 이들 두 법안은 애초 일정보다 많이 늦어져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금융·기업구조조정이 내년 2월로 미뤄진 상태다.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지난 7월부터 급하게 판매를 먼저 허용한 투자신탁회사의 비과세 펀드 상품도 관련법안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통과가 늦어져 나중에 자칫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투신사 비과세 펀드에 돈을 맡긴 고객들이 면제받은 세금을 다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민생법안 처리를 통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진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일도 급하다.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지원한 개인 기부금을 전액 소득공제해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이 지난 8월부터 국회에서 썩고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저소득층 지원과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근로 사업이 예산부족으로 중단 위기에 빠져 있다. 기획예산처가 제출한 추경예산안이 국회공전으로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정상화되는 대로 이들 개혁 및 민생 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해 경제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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