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경제인 ] 2000년08월23일 제323호 

[경제&경제인] 삼성차 부채가 발목 잡는다

삼성생명 상장 문제는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와 미묘하게 얽혀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6월 말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부채 처리용으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내놓았다. 삼성은 당시 발표에서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주당 70만원, 총2조8천억원으로 추산돼 삼성차의 금융기관 빚(2조9500억원) 대부분을 갚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은 이에 화답해 삼성생명 상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생보사 상장 문제가 핫 이슈로 부각된 것이다.

삼성차 채권단은 400만주 가운데 종업원과 협력업체 지원분 50만주의 가격을 제외한 2조4500억원을 받고 남는 차입금은 삼성차 매각 대금에서 받기로 삼성쪽과 합의했다. 삼성차 매각 대금은 인수자인 프랑스 르노쪽으로부터 오는 9월1일부터 순차적으로 받기로 했다. 삼성차 매각 대금으로 르노에서 받는 돈은 모두 6150억원이며 이 가운데 삼성물산 공익채권 등을 빼고난 채권단 몫은 4766억원이다. 삼성생명 주식이 1주당 70만원에 이른다면 채권단은 삼성차에 꿔준 돈을 거의 대부분 돌려받아 손실을 입지 않는 셈이다.

삼성생명 상장과 관계없이 삼성 및 이건희 회장쪽은 삼성차 부채를 올해 말까지 모두 갚도록 돼 있긴 하나 아무래도 상장 문제가 풀려야 부채 처리도 원활히 이뤄질 게 분명하다.

물론 채권단은 생보 상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거나 상장이 성사되더라도 주당 가격이 70만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를 대비,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삼성생명 주식 1주당 값이 70만원보다 작을 경우 이건희 회장이 추가로 50만주를 더 내놓기로 했으며 그래도 모자랄 경우 삼성 계열사들이 채권 금융기관에 대한 증자지원 등으로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또 상장이 되든 그렇지 않든 삼성생명 주식의 처분은 삼성쪽이 책임지도록 돼 있다.

삼성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측은 “이같은 약속은 삼성차 채권단 16개 금융기관과 이건희 회장·삼성계열사들이 작성한 합의서 형태로 구체화돼 있다”며 “삼성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여신회수 등 금융제재에 들어가도록 강제 이행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차 부채처리 시한은 올해 말. 시일이 지날수록 삼성생명 상장을 둘러싼 정부와 삼성간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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