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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먹히지 않는 경륜! 일거에 쓴 잔 맛본 민주당 중진들… 변화 원하는 대의원들에게 안정감만 강조해서야
원내총무와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을 두루 거친 5선의 김태식 의원은 겨우 762표(8.7%)를 얻어 15명의 출마자 가운데 ‘꼴찌’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45년 동안 야당생활을 계속해 ‘야당의 특무상사’로 불려온 4선의 안동선 의원도 1655표(19%)로 10위에 머물렀다. 4선의 이협 의원이 12위(906표·10.4%), 5선의 조순형 의원이 13위(896표·10·3%)에 그치는 등 내로라 하는 당내 중진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때 대권주자로 꼽히던 5선의 정대철 의원이 겨우 7위(2590표·29.7%)로 턱걸이했을 뿐이다.
돈·조직의 열세 때문만일까
선거전 초반부터 “당의 뿌리”를 자임하며 “검증된 경륜과 안정감”을 전면에 내세웠던 중진들이 일거에 몰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은 너나없이 “돈과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원칙대로 선거를 치른 탓”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위원장도 있었지만 밥도 안 샀더니 말이 먹혀들지 않았다.”(김태식 의원의 최측근) 몇몇 중진들은 ‘한화갑-김중권’ 의원 연대와 권노갑 고문의 지원을 받는 ‘이인제-박상천’ 의원의 짝짓기로 편가르기가 벌어지면서 운신 폭이 좁아졌다고 주장한다. “깨끗한 선거를 실천하면 대의원을 설득할 틈새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한화갑, 이인제 의원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대의원들이 오히려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되물었다.”(이협 의원) 당 안팎도 이런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돈과 조직의 열세가 이들의 몰락을 완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한 개혁성향의 수도권 재선의원은 “똑같이 돈과 조직력에서 열세였던 ‘소장파 3인방’은 뜻밖에 선전했다”면서 “단지 자금력과 조직력의 잣대로만 경선결과를 바라본다면 이들의 약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당력이 긴 중진들은 변화를 요구하는 대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비전과 메시지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라고 봐야 옳다”고 진단했다. 재집권 전망 부재에 따른 불안감에 휩싸인 채 당의 변화를 갈망하는 대의원들의 욕구를 채워줄 비전도 없이 그저 과거의 당력만을 앞세운 것에 실패의 근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도 “당에 헌신한 중진들이 낙선의 억울함을 그런 식으로 불평할 수는 있겠지만 대의원들의 판단은 대체로 국민적 요구와 일치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단 정동영 의원의 5위 입성과 추미애·김민석 의원 등 ‘소장파’의 선전은 대의원의 변화 욕구에 기댄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젊고 개혁적인 정치를 원하는 국민정서와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무엇 때문에 최고위원 되려 하는가
낙선한 중진들은 실제로 자신이 당선되어야 하는 이유를 효과적인 메시지로 전달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동선 의원은 경선 초반 ‘전국정당화’를 명분으로 ‘경기권 역할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영남 주자인 김중권 위원장이 ‘전국정당화’를 내걸자 설득력이 약해졌다. 이에 “젊은 바람에 의한 당풍쇄신”을 내건 정동영 의원 등 ‘소장 3인방’을 향해 “저희들은 늙지 않나?”면서 세대간 대결의 불을 댕기며 경륜과 안정감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정대철 의원도 “5년 만에 어렵게 이 자리에 섰다. 이 정대철이 4등에도 안 들어간다는 말이냐. 의리와 인정을 생각해서 도와달라”고 호소했으나 정작 무엇 때문에 최고위원이 되려 하는지가 분명치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의 또다른 한 당직자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대의원들이 젊은층으로 대거 물갈이되면서 대의원의 50%가 변화 욕구가 강한 젊은 표로 구성됐고, 나머지 50% 정도만이 과거의 당력을 따지는 사람들이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당직 수행 경험 등 당력을 전면에 내세운 중진들의 선거전략은 적절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중진들이 내세운 과거의 당력 따위가 젊은 대의원들에게 흘러간 레퍼토리로 비쳤다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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