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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소장파, 지도부에 오르다 세대 대결의 드라마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침묵을 거부하는 패기를 보여라
균형이룬 권 고문-한 의원 진영
결과는 한의원 진영이 근소한 우위속에서 어느 한쪽도 완승을 거두지 못한 세력균형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 자신이 1위를 한 것을 비롯해 그외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중권(3위),정동영(5위),김근태(6위) 후보 등 4명이 7명의 선출직에 진입했다. 권 고문 진영으로는 이인제 후보가 2위, 정대철 후보가 7위를 했으며,권 고문과의 거리를 두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박상천 후보가 4위를 차지했다.거기에 김대중 대통령은 지명직 최고위원 5명가운데 한명으로 권 고문을 지명함으로써 더욱 세심하게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또 한 가지 초점은 세대 대결이었다. 정동영·김민석·추미애 후보 등 소장파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고 민주당을 지배해온 '장로정치'의 전통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관전자들의 관심은 세대 대결로 모아졌다.권-한 대결이 궁중 내부의 파워게임이라는 쟁점의 성격상 철저하게 물밑으로 펼쳐진 반면,소장파들이 주도한 세대혁명은 공개적이며 좀더 도발적성격을 지닐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결과적으로 세대혁명의 유일한 승자가 된 정동영 의원도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한다. 당내 중진들의 시선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기라성 같은 원로, 고참들이 버티고 있는 마당에 47살의 재선의원이 당의 지도부가 되겠다고 나서는 데 따른 부담이 컸다. 그래서 궁리해낸 논리가 노·장·청 통합론.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노년, 장년뿐 아니라 청년도 최고위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즉 “노·장 일색이 아니라 청년도 한다리쯤 끼워넣어달라”는 수세적인 메시지였다.그러나 당원들의 민심은 그게 아니었다.7월 24일 포항에서 경북 도지부 개편대회가 끝난 뒤였다.다른 최고위원 지망지들이 대부분 상격한 가운데 정 의원은 경북 지구당위원장 10여명과 저년식사를 함께하게 됐다. “지금 영남지역의 민심은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나쁩니다.중앙당은 이런 실정도 모르고 김대중개혁이 잘되고 있다고 호들갑만 떨고 있습니다”(A지구당 위원장) “우리 지구당의 조직부장은 자기 식구들한테도 민주당원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다닙니다.여당 지구당위원장이 군청·시청 등어갈 때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합니다. 역차별도 이런 역차별이 어디 있습니까.”(B지구당 위원장)
“끼워달라”에서 “뒤집어 놓겠다”로
이들과 밤늦도록 통음하고 상경한 정동영은 선거전략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쳤다. “젊은 사람이 다 해먹겠다는 것은 아니며 한다리 끼워달라는” 투의, ‘겸손’을 강조했던 홍보물 원고(교정지까지 받아놓은 상태였음)를 폐기했다. 그리고 “당을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변화의 새 물결을 만들어야 합니다. 확 바꿔놓겠습니다”라는 공격적인 메시지를 채택했다. 8월18일 경선전의 첫 유세로 서울·경기북부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정동영은 “당이 이대로 가면 수구보수세력에 정권을 넘겨줍니다.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가 나서서 당을 뒤집어놓겠습니다”라고 연설했다. “바꿔놓겠다”고 했던 원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혁명적으로” “뒤집어놓겠다”는 초강경 어구를 동원한 것이다. 당연히 당내 주류쪽은 거북함을 표시했다. 다음날 김옥두 사무총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정 의원, 너무 한 것 아니요? 뒤집어놓겠다니… 차라리 김옥두를 뒤집어버리겠다고 하지 그랬소.” 서영훈 대표도 당직자회의에서 한마디했다. “세상에, 당을 뒤집어버리겠다고 하는 후보가 있지를 않나….” 그러나 정동영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어지는 다른 지역 유세에서 역설했다. “소장파가 지도부에 들어가야 국민들이 당의 변화를 기대합니다. 한 사람만 들어가선 소용없습니다.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이 되어야 힘을 쓸 수 있습니다.” 자기 한 사람만 뽑아달라기보다는 변화지향의 주자들이 세를 형성해야 한다는 ‘변화의 새 물결론’이었다. 이에 맞춰 8월18일 55명의 소장파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은 정동영·김민석·추미애 3인방의 출마를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연히 반작용이 나타났다. 중진으로 분류될 후보들이 역공에 나섰다. 안동선 후보는 “젊은 후보들이 나와서 ‘바꿔 바꿔’라고 선동하는데 시민단체가 그러는 것은 이해되지만 당내에서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거냐. 바꿔 바꿔 한다면 그 대상은 바로 서영훈 대표나 김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날카롭게 맞받았다. 김태식 후보는 “일부 후보들이 지금 비상시기니까 젊은 패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경륜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반격했다.8월30일 전당대회. 정동영은 3044표(34.9%, 4인 연기명 방식)를 얻어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5위로 당선됐다. 예상 이상의 성공이었다. 김민석·추미애 후보도 15명의 후보 가운데 9등과 11등으로 나름대로 선전했다. 최고위원에는 당선되지 못했지만 당내 입지는 그에 못지않게 넓어졌다.
노장과 다른 용기와 비전 있나
그러나 소장파들의 성공에도 한계가 없지는 않다. 유세과정에서 그는 일관되게 변화를 주장했지만 과연 구체적으로 민주당의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정면으로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권·옥·승(권노갑, 김옥두, 최재승의 줄임말)이 다 해먹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동교동 가신그룹에 의한 동맥경화증이 심각하다는 진단이 많지만, 이에 대해 침묵하기로는 그들도 노장 후보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세대교체론은 상당히 근거를 가지고 있다. 20~30대 유권자가 전체의 60%를 넘는다는 사실,정보통신 산업의 발달등을 계기로 사회의 변화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40대의 젊은 정치인들이 국가 최고지도자로 올랐다는 사실 따위가 곧잘 근거로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젊음 자체가 아니라 젊음에 걸맞은 용기와 비젼이다.또한 젊음이나 늙음이 노선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소장파건 노장이건 대중 앞에서 지도력을 행사하려면 노선을 선택하고 제시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복 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소장파의 성공은 반쪽의 성공이었다.따라서 경선을 통해 당내 입지를 넓힌 소장파들이 앞으로 당내 정치의 복잡한 무대에서도 세대혁명의 깃발에 걸맞은 용기와 패기를 꾸준히 보여주느냐가 과제라 하겠다.
박창식 기자cspcsp@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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