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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불법 묵인한 은밀한 입김? 한빛은행 금융비리 사건 둘러싼 의혹… 현 정권 실세와의 커넥션은 사실인가
검찰이 조사중인 한빛은행 관악지점의 불법대출 사건은, 정확한 경위와 내막을 따지기 이전에 겉으로 드러난 비리행태만 보더라도 호사가들의 입에 충분히 오르내릴 만하다. 검찰 수사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이 사건의 내용은, 건자재 수입업체인 ㅇ사의 대표 박혜룡(47)씨가 부동산분양업체 ㄹ개발 대표 이아무개씨와 전기부품업체 S사의 대표 민아무개씨 등과 함께 서류를 가짜로 꾸며 한빛은행 관악지점에서 466억원을 빌린 것이다. 이 지점의 신창섭(48) 전 지점장과 기업고객팀의 김영민(35) 전 대리가 불법대출을 주선, 또는 눈감아준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금융비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빛은행의 터무니없는 불법대출이 현 정권의 실세인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의 입김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조문 등 석연치 않은 사실 드러나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박혜룡씨가 평소에 박 장관과의 ‘가까운 관계’(조카로 소개했음)를 내세워 쉽게 은행돈을 빼냈기 때문이다. 신 지점장도 한빛은행 내부감사에 불법대출이 적발됐을 때 “박 장관이 뒤에서 봐주는 사람들이니까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황당한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지원 장관쪽에서는 “진도 출신 박씨 치고 내 이름을 팔지 않은 사람이 없다. 문제가 되는 박씨는 나하고 35촌쯤 되는 먼 친척으로 평소 연락이나 교류가 전혀 없었다”며 박씨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것처럼 대응을 했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석연치 않은 사실 몇 가지가 드러났다. 구속된 박혜룡씨의 셋째 동생인 박아무개(40)씨가 지난 98년 2월부터 올 4월까지 청와대 비서실에서 공보수석 보좌관과 해외언론담당관을 지낸 인물로, 당시 공보수석으로 있었던 박 장관으로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또 박씨의 아버지가 9대 의원을 지내 박 장관과 친분이 두터웠으며, 박혜룡씨의 동생도 선대부터 있었던 관계에 힘입어 박 장관과 인연을 맺었다. 박혜룡씨 부인도 “박 장관은 남편과 시아버지 모두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며 “지난 98년 1월 시아버지가 서울에서 돌아가셨을 때에도 박 장관이 조문을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처음에 박혜룡씨와 관계를 강하게 부정했던 박 장관쪽에서는 새롭게 드러난 이런 사실들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그렇다고 해서 박지원 장관이 불법대출에 연루되어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검찰관계자는 “박 장관이 박씨 부친이 별세했을 때 문상을 간 것말고는 이렇다할 친분관계를 입증할 수 없고 동생 역시 청와대 근무 시절에 형의 대출과정에 개입한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빛은행도 장관의 입김에 의한 대출은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출부조리”
한빛은행 한 임원은 “관악지점의 불법대출은 본점 상시감사반에서 찾아내 우리 스스로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라며 “만약 현 정권 실세와의 커넥션이 있었다면 이렇게 조처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즉 정치권 실세와의 관계를 사칭한 사람한테 은행 지점장이 커미션을 받고 불법으로 대출해준 사건으로만 봐야 한다는 게 한빛은행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검찰과 한빛은행쪽 시각대로만 해석하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빛은행은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흥, 신한은행과 함께 ‘여신관행혁신 선도은행’으로 지정됐다. 대출관행이나 사후관리에 모범을 보이는 만큼 다른 은행들도 ‘한수 배워라’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빛은행은 첨단 신용평가시스템 등을 가동함으로써 은행 일선창구에서 자의적으로 대출에 개입할 소지를 없애, 대출부조리를 원천적으로 근절시켰다고 자랑해왔다. 그래서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들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출부조리”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박순빈 기자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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