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 한겨레21

[ 초점 ]	2000년08월17일 제322호

[초점] '헛소리'가 역사가 되는 나라

문부성 검정신청한 일본의 새 중학교 교과서… 일제가 식민지 민족해방운동 지원자였다고?

(사진/우리는 지금까지 일본을 침략자로 '오해'했던 모양이다. 1941년 12월8일 일본 전투기의 진주만 공습도 아시아 해방을 위한 성전으로 평가해야 하는 셈이다)

내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과 그뒤 세계사는 완전히 다시 고쳐쓰야 할지 모른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지금까지의 역사는 모두 강요와 세뇌에 의해 날조된 거짓임을 알리는 정부공인 문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문서의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같은 날(일본 해군기동부대가 하와이 진주만 미 태평양함대를 기습한 1941년 12월8일) 일본의 육군부대는 말레이반도에 상륙해 영국군과의 전투를 개시했다. 자전거를 탄 은륜부대를 선두로 일본군은 정글과 고무나무숲 사이를 누비며 영국군을 격퇴하면서 싱가포르를 향해 쾌속진격했다. 55일 만에 말레이반도 약 1천㎞를 종단하고 다음해 2월에는 겨우 70일 만에 싱가포르를 함락시켜 마침내 일본은 영국의 동남아시아 지배를 무너뜨렸다. 필리핀·자바·버마 등에서도 일본은 미국·네덜란드·영국군을 격파하고 결국 100일 정도 만에 대승리로 서전을 장식했다. 이것은 수백년에 걸친 백인의 식민지지배 아래 고통받던 현지인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이 일본의 서전의 승리는 동남아시아나 인도인들, 나아가 아프리카인들에게까지 독립을 향한 꿈과 용기를 키워주었다.”

아시아는 지금까지 세계 식민지민족해방운동을 위해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약소민족과 대동단결해 피흘리며 싸웠던 일본을 침략자로 오해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독립을 향한 꿈과 용기를 키워주려고” 온 그들을 서구와 같은 제국주의자로 모는 것은 배은망덕이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가 도조 히데키?

(사진/난징의 '살인 시합'을 보도한 일본 언론. 두 병사는 "누가 먼저 100명의 중국인 목을 벨 것인가"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문서는 영어 aggression은 선공이나 침공 정도에 해당하는데 도쿄 전범재판에서 일본쪽은 그 전쟁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고 자위전쟁이었다고 반론했으나 연합국쪽이 이 단어를 침입하고 약탈한다는 뜻의 침략으로 번역하는 바람에 “일본이 마치 강도와 같은 짓을 했다는 인상만이 퍼지고 말았다”고 유감스러워했다.

글은 계속된다. “일본군은 인도독립운동을 지원해 인도 국민군을 탄생시켰다. 싱가포르에서 거행된 열병식에서 독립운동 투사 찬드라 보스는 조국으로의 진격을 선언했다. ‘체로 델리!’(진격하라, 델리로!)라는 폭풍과 같은 외침이 국민군과 2만명 인도민중, 유색인종 관중을 에워싸고 그칠 줄을 몰랐다.” “인도 법률가 바라바이 데사이는 ‘인도독립은 일본 덕택에 30년은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구미 식민지지배하에서 이익을 얻고 있던 자들에 의한 항일 게릴라활동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그래도 구미제국이 수백년간이나 결코 승인하지 않았던 버마, 필리핀,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독립을 승인했다.”

“이처럼 일본군의 남방진출이 계기가 돼 일본 패전 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독립 물결은 멈추지 않았으며 2차대전 뒤의 세계지도는 일변했다. 1960년 유엔총회에서 식민지 독립선언이 결의됐다. 그것은 대동아회의 공동선언과 같은 취지였다.”

대동아회의란 1943년 11월 도쿄에서 도조 히데키 일본총리 주재하에 열린 회의로 중화민국(난징 정부) 대표 왕조명, 만주국과 타이, 필리핀, 버마 대표와 자유인도 임시정부 찬드라 보스 등이 참석했다. 그 회의 공동선언이 17년 뒤의 유엔결의와 같은 취지였다면 도조 히데키가 패전 뒤 A급 전범자로 찍혀 사형당한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됐음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난징 정부와 만주국을 친일괴뢰 정부로 규정하고 타이, 필리핀, 버마 참석대표들을 일본 앞잡이라 부른 것도 잘못됐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인도독립의 아버지는 이제 보니 마하트마 간디나 자와하를랄 네루가 아니라 실은 바로 도조 히데키였다?

일본군은 유대인을 도와줬다는데…

(사진/중국인 포로들을 놓고 총검훈련을 하는 일본군들. 새 역사교과서에는 난징학살에 대해 "전쟁중이었으므로 얼마간의 살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홀로코스트와 같은 종류의 것은 아니다"고 써 있다)

동남아에서 일본군이 파죽지세로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것은 “현지인들의 협력” 때문이 아니라 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유럽 전역이 2차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영국·프랑스 등 동남아 식민종주국들이 전력을 유럽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거짓인 셈이다. 진주만 기습으로 일격을 당한 미국이 필리핀을 일본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사전에 사태전개를 치밀하게 계산한 일본은 무주공산에 밀고들어가면서 식민지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그 공백을 메울 기회마저 빼앗아갔다는 지적도 그야말로 억지다.

잘못된 것은 이런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2차대전 말기 소련군은 만주에 침입해 일본 일반시민의 살해, 약탈, 폭행을 계속하고 포로를 포함한 약 60만명의 일본인을 시베리아에 강제연행해 가혹한 노동에 종사케 함으로써 약 10%를 사망케 했다. 이것은 분명한 전쟁범죄다. 그러나 전승국의 전쟁범죄는 거의 묵인됐지만 패전국 일본은 진위가 불명확한 전쟁범죄까지도 충분히 심리도 받지 못한 채 재단당해 1천명(B·C급 전범) 이상의 사병과 장교가 사형에 처해졌다.”

“나치 독일은 2차세계대전중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를 자행했다. 이것은 전쟁과는 전혀 별도로 국가의사로서 계획·실행된 전체주의 범죄이며 일반주민 중 600만명의 유대인, 200만명의 폴란드 지식인과 그 이상의 소련인, 50만명의 집시를 살해하고 장애자나 환자를 안락사시켰다.”

“2차대전 뒤에도 제노사이드(인종학살)는 세계 각지에서 자행됐다. 소련 스탈린은 국내 부르주아로 불린 유복한 계급 사람들을 수천만명 규모로 살육하고 중국 마오쩌둥도 마찬가지 규모의 자국민을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처형했다. 캄보디아의 폴 포트도 자국민 800만명 중 250만명을 학살했다.”

이제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그런데 일본은 독일과 동맹을 맺고 있었으면서도 인종차별 반대라는 국가방침을 통해 유대인을 도와줬다. 1938년 3월 육군소장 히구치 기이치로는 시베리아쪽으로 도망쳐 온 유대인 난민의 만주국 입국을 인정해 구원하고, 다음해 11월 리투아니아 주재 영사였던 스기하라 치우네는 6천명의 유대인 난민에게 비자를 발급해 일본을 경유한 피난길을 열어주었다.”

그 다음에도 미군의 도쿄 대공습을 비롯한 일본 대도시 무차별폭격,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 등을 지적하고 ‘전쟁범죄’냐 ‘제노사이드’냐를 물은 뒤 “미국은 일본군대가 아니라 70만에서 80만명의 무저항 일반시민 위에 소이탄을 비처럼 뿌려 살상하고 원폭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도 겸해서 30만명의 시민을 일순간에 살상했다”고 열거했다.

“일본도 예외 아니다”는 단 한마디

(사진/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위해 끌려가는 조선의 소년병들)

이렇게 되면 일본이 중국대륙 침략과정에서만도 3천만명 이상의 주민들을 학살했다는 기록들은 사실이기는커녕 미국 등 ‘무도한 국가’들이 스스로 자행한 엄청난 살육을 감추기 위해 인도주의정신의 화신인 일본에 없는 죄를 덮어씌운 꼴이 된다. 왜냐하면 문서에는 일본이 2차대전에서 유대인까지 도왔다는 기록은 있지만 대량학살을 했다는 기록은 단 한 군데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문장이 딱 한 군데 들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쟁을 해서 전쟁범죄를 전혀 저지르지 않은 나라는 없으며, 물론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전쟁범죄에 대해 공정한 처벌이 이뤄졌느냐 하면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집필자들은 다른 나라들에게 한 것처럼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대신 오직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는 한마디만으로 끝내고 더이상 언급이 없다. 그리고 과연 “공정한 처벌이 이뤄졌느냐”는 문제인데, 실은 이 말을 하기 위해 문서는 여러 국가들의 전쟁범죄 상황을 장황하게 나열했다. 그러면서도 왜 수백만, 수천만명을 살육한 다른 나라 전쟁범죄자들은 그냥 놔두고 도조 히데키와 같은 식민지민족해방운동 지원자들을 중벌에 처했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단 하나 예외적으로 일본군의 전쟁범죄와 관련된 사항이 나오는데 그것은 이른바 난징대학살에 관한 것으로 ‘난징사건’이란 소제목을 단 그 내용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 도쿄재판법정은 일본군이 1937년 난징공략전에서 중국민중 20만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 자료에 따르면 그때 난징 인구는 20만명이었으며 게다가 일본군 공략 1개월 뒤에는 25만명으로 늘었다. 그 외에도 이 사건의 의문점은 많고 지금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중이었으므로 얼마간의 살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홀로코스트와 같은 종류의 것은 아니다.” 정말 문서가 인정한 일본군의 잘못은 이것이 유일하며 그것도 ‘얼마간의 살해’일 뿐이다. 이런 진실을 왜곡과장하는 중국은 정말 나쁘다.

물론 군대위안부도 창씨개명도 없다. 징병·징용은 주로 일본인을 상대로 이뤄졌는데 다만 괄호 속에 “대만·조선에도 적용됐다”는 설명을 덧붙여 배려했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잘못을 엄청난 범죄인 양 부풀리고 진짜 대량학살자들은 처벌조차 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전승국, 그 중에서도 미국의 다음과 같은 음모 때문이었다.

“도쿄재판과 병행해서 GHQ(일본점령군 총사령부)는 전쟁에 관한 죄악감을 철저히 일본인 마음에 심어 놓기 위한 선전계획인 ‘워 길트 인포메이션 프로그램’(전쟁범죄선전계획)을 실행했다. 신문, 잡지, 라디오, 영화 등 모든 미디어를 동원해 일본의 전쟁이 부당한 것이며 일본인은 잔학한 짓을 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것은 도쿄재판에 제출된 진위가 불확실한 의심스런 것들이 많았다.”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회’의 실체

(사진/일본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회'가 검정신청한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 '침략전쟁'을 '자위전쟁'으로 미화하고 있다)

미국의 과오를 따지자면 한이 없다. ‘대동아전쟁’ 자체가 미국의 횡포 때문에 일본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자위를 위한 전쟁’이었다. “1938년 고노에 후미마로 총리는 동아신질서의 건설을 천명하고 일본·만주·중국을 통합한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것은 나중에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슬로건으로 발전했다. 문호개방, 기회균등을 부르짖으면서 일본을 억눌러온 미국은 일본의 독자적 경제권 구축을 결코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이것이 직접적인 미일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미국만 훼방을 놓지 않았으면 일본은 “독자적인 경제권=대동아공영권”을 완수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문서는 일본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회’가 지난 4월에 문부성에 검정신청을 한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 내용의 일부다. 최근 내부자에 의해 비밀리에 일부 유출됐다. 통과되면 2002년 4월부터 각 학교에서 채택해서 쓸 수 있다. 소학교 교과서는 2001년 4월, 고교는 2003년부터 바뀌어 이르면 내년 봄 소학교부터 국가가 정당한 역사관의 하나로 공식인정해주는 이런 유의 교과서가 등장하게 된다. 자민당은 통과시키라고 압력을 넣고 있고 문부성은 약간만 손질하게 해서 통과시킬 것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검정은 10월에 문부성의 ‘검정의견’ 발표와 함께 사실상 끝나며 내년 3월 최종 합격여부가 통지되면 6∼7월 각 자치체들이 교과서를 채택하게 된다. 최근 일본사회 분위기로 보아 이 교과서가 통과될 경우 많은 학교에서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회’는 200여명으로 구성된 ‘역사교과서문제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등 정계, 재계, 학계, 언론계, 종교계에 광범한 후원세력을 갖고 있으며 특정교과서 채택운동을 벌이는 조직까지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결코 사회의 일반적 흐름과 동떨어진 군소집단의 돌출행동이 아니다. 이미 <국민의 역사>라는 베스트셀러와 <최후의 순간-프라이드>라는 영화 등을 통해 실습과정을 마쳤다. 극우적 일본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이른바 ‘자유주의사관’에 철두철미하다는 점에서 이들은 완전히 닮은 꼴이다. 장차 일선학교에서 이 교과서를 얼마나 채택하게 되든 일단 문부성이 검정통과 도장을 찍을지 말지가 큰 관심사다. 검정통과는 그러한 시각을 국가가 공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과서에서 일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흔쾌히 과오를 인정하는 법이 없다. 사실 2차대전에서 일본이 나쁘냐 미국이 더 나쁘냐, 또는 유럽제국이 나쁘냐 따위는 아무 의미없는 질문이다. 그들은 동아시아라는 먹잇감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거리고 싸운 제국주의자들이라는 점에서는 우열없는 한패거리들이었다. 교과서는 그 점을 또 하나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삼고 있다. “전쟁은 비극이다. 그러나 전쟁에서 선과 악을 가르긴 어렵다. 어느 쪽이 정의고 어느 쪽이 불의라고 할 수 없다. 국가와 국가가 국익을 놓고 다툰 끝에 정치로는 해결되지 않을 때 최종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이 전쟁이다. 미국군과 싸우지 않고 패배하는 것을 당시의 일본인들은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일본은 어디로 가는가

(사진/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위해 끌려가는 조선의 여성들. 새 역사교과서에 따르면 군대위안부는 전혀 없었고 강제징용은 별로 문제될 게 없는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된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가를 수 없다는 주장은 어차피 약탈에 혈안이 돼 서로가 손에 피를 묻힌 제국주의자들 사이에서나 적용될 수 있다. 일제군대가 조선의 동학농민혁명을 좌절시키고 끝내는 국가 자체를 강탈하고 서구열강들과 빼앗기 조를 짜서 일방적으로 중국을 유린하면서 수천만명을 살육한 전쟁에 선과 악, 정의와 불의가 없다는 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일제는 철저한 가해자요 악이며 불의였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이 ‘헛소리’의 본질을 감추기 위해 모든 책임을 미국 등 서구 제국주의 동지들에게 떠넘기고 그들을 공격함으로써 스스로를 서구열강들의 침탈에 허덕이는 비서구 식민제국의 민족해방자로 둔갑하려 한다. 그럼에도 그 자가당착과 교활함은 금방 드러난다. 동일차원의 피해자에게 한쪽에서는 “독립을 향한 꿈과 희망을 키워줬다”고 떠들어대면서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멀쩡한 독립과 꿈과 희망을 박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우익들의 집요함은 광신적 민족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그들은 이제 겨우 중학생 나이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치려 한다. “알류산 열도의 아츠섬에서는 겨우 2천명의 일본군 수비대가 2만명의 미군을 상대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탄환도 쌀도 보급이 끊긴 가운데 마지막 남은 300명 정도의 부상병들이 너덜너덜한 옷에 다리를 끌면서 일본도를 꼬나들고 유유히 미군에 다가가 옥쇄했다. 이리하여 남태평양에서 뉴기니를 거쳐 중부태평양 마라아나 제도의 섬들에서 일본군은 항복하지 않고 차례차례 옥쇄해갔던 것이다.” “미군 장병들은 이(가미가제 특공대)를 자살공격이라며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느꼈고 나중엔 존경의 염까지 품게 됐다.” “(가미가제 공격은 작전으로서는 해선 안 되지만)고향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 일본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것을 굳이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19살로 오키나와에서 전사한 가미가제 특공대가 고향 누이동생에게 남긴 편지도 인용해놨다. “야스코야… 매일 공습 때문에 무섭지. 오빠가 원수를 갚아줄게. 엄청 큰 항공모함에 들이박을 거야. 그때는… 오빠를 기쁘게 해다오.”

도대체 일본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수없이 제기돼온 이런 물음에 또 한 가지 꽤 명쾌한 답을 얻은 셈인가.

도쿄/한승동 특파원 sdhan@hani.co.kr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