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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용서도 안 되고 자를 수도 없고 여론 눈치보며 징계수위에 전전긍긍하는 민주당
따라서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때 정범구 강운태 이강래 등 세 민주당 의원의 ‘항명 출국’은 명확한 사안이다. 단독국회 정족수를 채워야 한다며 출국을 금지한 마당에 이를 어기고 나갔으니 당연히 징계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안(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는 내용) 날치기로 궁지에 몰려 있던 터에 소속 의원들이 정면으로 당운영 방침을 비판하고 나섬으로써 최악의 수모를 겪게 됐다. 실제로 민주당은 사건 직후 해당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며 기세가 등등했다. “당 기강의 문제로 문책해야 한다”(서영훈 대표, 8월2일) “나가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김옥두 사무총장, 8월2일)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분위기는 어정쩡하게 바뀌어갔다. “그냥 넘어가기는 곤란하지만 그들이 돌아온 다음에 이야기를 들어보고….”(8월4일 정균환 원내총무) 과거 기준으로 본다면 이들 3인방의 행동은 제명 대상이다. 실제로 한국 정당사에서는 지도부에 저항했던 의원들을 ‘한 칼’에 날려버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 멀리는 박정희 시절 공화당 제명파동이 있었으며, 12대 국회에선 조연하 국회부의장 파동이 있었다. 조연하 파동은 동교동계의 방계였던 조 의원이 당명(신한민주당)을 어기고 국회부의장 선출에 나서 민정당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자 당에서 제명해버린 사건이다. 13대 국회 때의 평민당은 비주류를 형성해 김대중 총재에 도전하던 조윤형 의원을 제명했다. 과거 항명 파동과 그 결말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보스의 권위와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따르기를 거부하는 정치인을 보스는 가혹하게 단죄했고, 그럼으로써 해당 인사의 정치생명은 대개 끊어졌다. 그것이 3김 정치의 논리였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그 밖에 악성 물의를 빚은 수많은 의원들이 있었지만 그들에 대한 징계는 관대했다. 15대 국회에선 심지어 몇몇 의원들이 의원회관에서 상습적으로 고스톱 도박을 하다 들통났어도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이미경 의원은 동티모르 파병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어기고 찬성 표결에 참여했다가 제명당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소신을 굳게 견지했다는 점에서 의정활동을 잘한 의원으로 평가받았다. 그 결과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국구로 영입돼 재선의원으로 되살아났다. 한국신당을 이끄는 김용환 의원은 자민련 시절 JP의 내각제 개헌유보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자민련은 김 의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김 의원의 측근들은 실제로 징계를 당했다. 그러던 끝에 그는 스스로 당을 떠나 한국신당을 창당했으며,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최근 들어선 자민련 총재로의 금의환향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 ‘항명 3인방’ 처리를 둘러싼 민주당의 고민은 이런 변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3김 정치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마당이기 때문에 “당의 기강 문제이니 좌시할 수 없다”거나 “재발방지책을 안 세울 수 없다”는 과거의 논리를 고집하기 어려운 것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세 의원을 강경하게 징계하자니 여론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걱정된다”며 “징계를 하더라도 주의나 경고 등 수위를 낮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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