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점 ] 2000년08월09일 제321호 

[초점] “온건파 설 자리가 없었다”

‘날치기’결정에 미국행 짐싼 정범구 의원… 징계받겠으나 해당행위는 아니다



-당론을 어기고 출국한 이유는.

=국회법 개정문제는 한나라당과 타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또한 단독국회를 하는 것이 옳지 않으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봤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몇 사람이 빠져주는 게 당과 정치를 구하는 활로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미 국무부 초청을 받은 상태에서 미국과의 약속도 중요했다.

-당내에서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했다. 더 기다리다 본회의에서 국회법을 강행처리한다는 지침이 떨어지면 그때 반대하자고 몇몇 의원들끼리 의견도 모았다. 그런데 8월1, 2일의 경우는 의원들의 의견수렴은 없이 지도부끼리만 대책을 숙의하면서 날짜가 흘러가고 있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의원 119명이 막연히 묶여 있느니 의원외교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당에서 징계하겠다고 한다

=당에는 규율과 원칙이 있을 것이다. 우리 행동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징계를 받을 생각이다. 그러나 해당행위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국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지는 않나.

=정균환 총무는 합리적으로 의원총회 등을 운영한다. 토론도 자주 하게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극한대치가 계속되다보니 온건·합리노선을 펴고 싶은 초선의원들은 점점 설자리가 좁아지는 것을 느꼈다. 옥죄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의원외교라 하지만 초선의원들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오리엔테이션 성격이 짙다.

=지적을 일부 수긍한다. 그러나 정치는 인맥관계 속에서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스탠리 로스 미 국무부 차관보 등 주요 인사를 많이 만난다. 국회의 소파 개정촉구 결의안도 미국쪽에 전달할 예정이다.

-세 명 외에 더 규합하려던 의원은 없었나.

=민주당 이종걸, 자민련 정진석 의원과도 함께 의논해왔다. 그런데 두 의원은 막판에 지도부의 만류 때문인지 주저앉았다. 우리는 당장은 지도부에 피해를 줄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당과 정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따라 행동했다.

-당 지도부에 하고 싶은 말은.

=결과적으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그러나 변화의 시대인 만큼 정치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 젊은 세대와 정치를 오래 한 세대간의 대화의 한 형태로 우리의 행동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마음을 열어달라.

-지금 심경은.

=외로운 마음이다. 옳은 일이라는 소신 하나로 버티고 있다.

(8월3일 새벽 6시(미국시각) 미국 워싱턴 소피텔호텔 객실로 전화 인터뷰)

박창식 기자cspcsp@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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