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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특집2 등록 2003.10.16(목) 제480호

[특집2] 점점 커지는 붕괴의 경고음

‘매맷값 급등 · 전셋값 약세’ 현상이 집값 하락 예고…내년 4월 이후 매물 쏟아져 나올 공산 커

현재 시중에 넘쳐나는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 중 상당수가 집값 추가상승을 기대 또는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부동산 불패신화’는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이 오히려 조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집값이 여전히 오르자, 사람들이 “아, 한국은 부동산 불패신화가 진짜로 통하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점점 더 굳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믿음’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현실적인 ‘시장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정부 개입도 결코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견고한 믿음이 형성돼 있다고나 할까? 이 믿음은 다시,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는 사람들한테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면 오히려 손해 본다”는 피해의식을 키워왔다.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국면”

그러나 주택의 내재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쌓인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최근 잇따라 세계적인 주택가격 버블 붕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IMF는 선진국들의 지난 30년간 경험을 보면, 가계소득·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물가상승율과 견줘 부동산에 거품이 형성됐을 경우 거품이 빠질 확률이 40%라고 주장했다. 또 한번 거품이 꺼지면 부동산 가격이 30%가량 떨어지며 회복되는 데는 4년 이상이 걸린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80년대 후반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는데, 90년대 초 정부가 공정할인율(이자율)을 1년 반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2.5%에서 6.0%로 대폭 인상하고, 주택담보대출 총량제한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집값은 폭락세로 돌아섰다. 은행이 대출자금 회수에 들어가고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일본 주택 가격은 1990년 100을 기준으로 2002년 45까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도 붕괴가 임박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매맷값 급등, 전셋값 약세’ 현상이 향후 집값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 비율은 48.2%로, 지난해 말(55.3%)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지난 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서울의 매매가 대비 전세 비율은 45.4%로, 송파(33.2%)·강동(35.4%)·강남(35.7%) 등 강남지역일수록 비율이 훨씬 낮았다. 일반적으로 전셋값은 매맷값에 선행하는 지표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전셋값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아파트 수급은 안정돼 있는 등 펀더멘털만 보면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어가야 하는데,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국면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 상당수 투자자들도 아파트값에 버블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무엇에 홀린 듯 부동산 투자 이상의 돈벌이 수단이 없다는 맹목적인 신념에 빠져들고, 이것이 집값을 다시 끌어올려 거품을 더 키우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31.6%로, 제조업체의 총자산 수익률(5.08%)을 훨씬 웃돌았다. 엄청나게 높은 부동산투자 수익률을 좇아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집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갈수록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강남 집값 상승 현상은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머니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며 “피크(정점)라는 인식이 드는 순간 서로 먼저 팔고 빠져 나오려고 하면서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동산이 고수익 투자가 아니구나’라고 생각을 할 때는 이미 늦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번 하락세로 돌아서면…

이와 관련해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집 소유자들이 큰돈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일 수 있다. 사람들이 이익실현을 위해 너도나도 집을 팔기 시작하면 현재 가격에 팔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줄 주택수요가 사라질 경우 집값이 하루아침에 폭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값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지만, 실제로 집값이 한번 하락세로 돌아서면 아파트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는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특히 집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시기를 2001년 4월부터라고 한다면, 1가구 1주택 양도세 면제기간(3년 보유)이 되는 내년 4월 이후 이익실현 매물이 쏟아져나올 공산도 크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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