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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집2 | 등록 2003.09.05(금) 제47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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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집시처럼 흘러 흘러… 마흐무르 쿠르드 난민수용소의 피폐한 삶…미군은 ‘불법무기 수거’로 윽박지르기만
마흐무르 난민수용소에 도착하던 날, 마을에서는 한 청년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 청년은 25살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숨졌다. 안타깝게도 산에서 게릴라로 생활하면서 암에 걸린 줄도 모르고 있다가 말기에 병원으로 호송됐으나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숨진 청년의 부모, 친지 모두 서럽게 장례행렬을 따랐다. 놀랍게도 죽은 청년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시신을 천으로 싸던 사람들이 손으로 눈을 감겼으나 다시 눈을 뜨기를 반복했다. 그의 부릅뜬 눈을 보면서 맺힌 한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이 거의 모두 장례식에 참석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행렬을 따랐다. 장례행렬을 따라가는 도중에 누군가 ‘쿠르디스탄’이라고 외치자 모두 따라 외쳤다. ‘쿠르디스탄’이라는 단어가 이날따라 더욱 서럽게 모두에게 다가왔다. 장례는 이슬람식으로 거행됐고 밤이 늦어서야 모두 돌아갔다.
동족에게 공격을 당하다
마흐무르에는 색깔이 없다. 모두 옅은 갈색의 땅색깔이다. 푸른 나무도 거의 없기 때문에 황량한 광야가 연상되는 곳이다. 물도 가끔씩 나오고 전기도 가끔씩 들어온다. 제대로 정화되지도 않은 물을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마시고 살아야만 한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 아래 이는 더운 바람은 포장되지 않은 마흐무르의 먼지를 몰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뒤덮는다. 사람이 이런 곳에서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마흐무르의 쿠르드 난민 1만여명은 지금까지 9년 동안 7차례 집시처럼 옮겨다녀야 했다.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4년 전으로 지금은 난민들이 다소 안정을 찾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4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언제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대부분의 난민들은 터키 지역의 쿠르디스탄의 산악지역에서 농사와 목축일을 하던 농부나 목동들이었다. 어느 날 터키군이 들어와서는 게릴라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온 마을을 태워버렸고 마을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이를 피해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으로 넘어왔지만 지지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민족인 쿠르드민주당의 바르자니쪽 군인들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을 당해야 했다. 해마다 제대로 정착도 하기 전에 바르자니쪽 공격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를 반복해왔기 때문에 난민들은 매우 지쳐 있었다. 난민촌장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난민들의 안전보장이었다. 정신적 안정을 되찾은 뒤에야 비로소 난민촌의 전기나 상하수도 시설 같은 사회적 기본시설도 제대로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유엔고등판무관(UNHCR) 깃발은 휘날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난민들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높다. 이라크전 발생 뒤 바르자니쪽에서는 미군 당국과 협력해 난민촌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5살 난 어린이의 손에 총알이 쥐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미군 당국은 어린이를 군부대로 데려가 심문을 한 뒤 돌려보냈다. 그 일이 있은 뒤 미군은 무장한 병사들 6명을 보내 마을을 순찰했다. 완전무장한 상태로 마을을 헤집고 다니는 미군 병사들을 본 난민들은 공포에 떨면서 바깥출입을 삼갔다. 또 그날 오후에는 중무장한 미군 지프를 비롯한 장갑차 5대가 마을의 대로를 시위하듯 지나갔다. 그리고 마을의 몇집에 들어가서는 폭발물과 총알들을 수거한 뒤 폭파시켰다. 이날 밤의 일은 온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미군 당국은 밤에 ‘불법무기수거’에 협조할 것을 당부하는 방송을 한 뒤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기수거에 난감하나 어쩔 수 없어
마흐무르를 떠나던 날, 마을 어귀에는 미군들이 진을 치고 불법무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미군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마흐무르 난민들은 불법무기 수거에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난민들은 과거 바르자니쪽 공격으로 너무나 많은 고초를 겪은 터라 항상 무기를 준비해놓고 싸울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중동 지역에서 무기는 생활필수품이 됐을 정도로 흔하게 유통되고 있어 누구나 총을 갖고 있고 심지어는 수류탄까지 보관하고 있다. 많은 마을사람들은 이번 ‘불법무기 수거’도 바르자니쪽에서 미군 당국을 뒤에서 부추겨 이뤄졌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바르자니쪽에서는 마흐무르 난민들을 무장해제한 뒤 다시 난민들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구심 때문에 미군의 무기수거에 다소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군과의 적대적 관계 형성이 더 위험스럽다는 판단이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마흐무르(이라크 북부지역)=글·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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