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논란은 방사능처럼 오래 간다 핵 폐기장 건설에 끊이지 않는 문제 제기… 부안군 유치신청서 제출은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
“전북 부안군이 7월14일 전국에서 최초로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을 위도에 설치하겠다는 유치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부안군의 유치신청서 제출로 1986년부터 과거 4대 정권 17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사업이 마침내 해결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폐기물 저장시설, 정말 포화상태냐
부안군의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신청으로 정부가 한껏 고무돼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7월14일 보도자료를 내어 “안면도·굴업도 등 두 차례 부지지정 실패 이후 장기간 표류해온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작업이 지자체 자율유치 신청으로 마무리될 경우… 첨예한 현안을 ‘참여와 자치’의 원칙으로 해소하는 참여정부의 한층 성숙된 국정역량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섣부른 결론을 내리긴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히려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지 선정을 마친 뒤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로 물거품이 됐던 두 차례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방폐장 건설 문제는 원자력 발전을 계속할지 여부와 함께 국가 전력 공급체계 전반에 대한 논쟁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이들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일관된 정책 수립 없이는 방폐장 문제도 쉽게 해결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방폐장 건설 문제가 쉽게 풀려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방폐장 건설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내놓은 폐기물 저장시설 용량 포화론에 대한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서기 앞서, 2006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울진(2007년), 영광·고리(2008년)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폐기물이 넘쳐나기 전에 처분장을 짓지 못하면 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하고, 이럴 경우 전력공급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리시설과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같은 부지에 건설한다는 정부의 계획 역시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중·저준위 폐기물과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능 차이가 수백만배에 달한다. 방사능 붕괴로 안정 물질로 변화돼가는 시간이 수백년과 수십만년 차이가 난다. 때문에 전혀 다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한곳에서 보관·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실성 없이 책정된 사후처리충당금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자력계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논란이 비등했다. 업계 전문지인 <전기신문>은 지난해 8월17일치 기사에서 “방폐장에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과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같이 설치하는 현행 정부 정책을 변경해 방폐장 내에는 중저준위 영구 처분장만 설치하고 사용후 핵연료는 그대로 원전 부지 내에 저장하자는 것으로, 원자력 학계를 중심으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와 한수원쪽은 “일부에서 그런 주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동시에 추진하다가는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리시설마저 짓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 탓이다. 그러나 이제 자율유치가 됐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한수원 산하기관) 연구개발실장은 “원자력발전소 부지 4곳에 흩어져 있는 중·저준위 폐기물과 사용후 핵연료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것이 안전성과 경제성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 때부터 지적돼온 원전사후처리충당금 문제도 새롭게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수원과 원자력계가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시설과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현실성 없이 낮게 책정된 사후처리충당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주장이 환경단체와 원자력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사후처리충당금은 원자력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 비용과 운영이 끝난 뒤 발전소 해체 및 철거 비용 마련을 위해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적립해야 하는 돈이다. 원자력 발전 원가에 반영돼 전기요금으로 조성된 사후처리충당금은 지난 3월 말 현재 약 4조5천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를 원전 건설 등 차입금으로 사용해 현재 실제 잔고는 남아 있지 않다.
위도는 제2의 안면도?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83년 당시 46만원/kg(약 580달러)이었던 사용후 핵연료 처분 비용을 환율 변화에 맞게 92년에는 54만2천원/kg(약 580달러)으로 인상했고, 지난해 말에는 약 75만원/kg(약 600달러)으로 계상했다. 국제 기준에 비춰 결코 낮은 금액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자력연구소가 지난 2001년 4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제9차 국제핵공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각종 지표를 통해 산출해낸 경수로 사용후 핵연료 평균 처분 비용은 △운송 및 중간저장 비용 287.5달러/kg △폐기비용 696.5달러/kg로 나타났다. 이를 합산할 경우 한수원이 산정한 사용후 핵연료 처분 비용의 2배 가까운 액수다. 석광훈 반핵국민행동 정책실장은 “2002년 말 현재 저장 중인 국내 경수로 사용후 핵연료는 2950t이다. 이를 처분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한수원 방식대로 계산하면 약 2조530억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원자력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적용하면 3조7980억원이 필요하다. 차이가 나는 1조7천억원은 결국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방폐장이 부안군 위도에 들어설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다. 부지 선정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각종 지역발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폐기물처분장이 건설된 뒤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것이 많지 않다. 부안군수가 유치신청서를 냈던 7월14일, 부안군청 앞에서는 성난 지역주민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튿날 주민들은 출근하는 군수를 막아섰고, 일부 초등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한 채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과거 4대 정권 17년 동안’ 안면도와 굴업도 등지에서 벌어졌던 낯익은 풍경이 부안에서 재연되기 시작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