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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건물이 책이네 책의 느낌 끌어올린 독특한 환경조형물… 내부도 갖가지 형상으로 책 예찬 표현
책동네에 들어선 책 같은 집, 그 집에 놓인 책의 조각. 지난해 12월 파주북시티에 출판사로서는 처음으로 사람을 들인 한길사는 건물 스스로가 책을 말한다. 서가에 꽂힌 책처럼, 네개의 길쭉한 직육면체 덩어리가 모여 한채의 집을 이뤘다. 창문도 내지 않고 황금색 동판으로 전면을 마감한 이 건물 앞에 서면, 층수도 내부 모양새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야외공연장으로 쓸 수 있도록 가운데가 훤히 뚫린 중정 안쪽엔 사람 키보다 높은 커다란 검은 책이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다. 한길사 집들이를 기념해 조각가 최은경씨가 만든 환경조형물이다. 최씨는 건물 바깥 자투리땅에는 표지 부분에 ‘성과 속 The Sacred And The Profane’이란 글씨를 투각한 스테인리스 책을 세워 놓았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의 문을 열면 거울처럼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표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중정과 통하는 전시장엔 <금서> <장미의 이름> <자물쇠가 있는 책> 등 흙·쇠·유리 등으로 만들어져, 읽을 수는 없지만 글자 이상으로 책의 존재감을 호소하는 ‘책’들이 나란히 놓여있다.
책에 대한 예찬은 자갈이 곱게 깔린 ‘반사못’에서 절정을 이룬다. 동판으로 싸인 네개의 덩어리 중 한개를 완전히 비워 물을 채웠는데, 이 연못 한가운데에 역시 최은경씨의 조각품인 <오픈 북>을 놓았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두터운 책 표면엔 잔잔히 흔들리는 물결과 자갈이 고스란히 비친다. 이름 그대로 주변의 풍경을 담는 열린 책이다. 서늘하면서도 축축한 연못의 방은 마치 옛 책들이 겹겹이 쌓여 곰팡이냄새가 향기처럼 배어 있는 눅눅한 서고를 떠올리게 만든다. 각 공간이 나무 계단과 통로로 연결된 이 집은 처음 온 방문객은 길을 잃을 정도로 복잡한 구조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지만, 벽과 천장으로 막지 않고 뻥뻥 뚫린 여유공간을 곳곳에 두었다는 점 또한 놀랍다. 효율성을 따져보자면 분명히 공간의 낭비랄 수 있는데, 이런 역동적인 내부가, 창도 없고 문도 없어 쉽사리 열리지 않을 듯한 무뚝뚝한 겉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어느 층에서든 사무실 문만 열면 파주의 맑은 바람과 직접 만난다. 이 집에선 안이 바깥으로 한껏 열려 있다. 그래서 한길사의 한 식구는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매만지고 사랑하는 책의 겉모습이 사각의 틀로 단순하고 명쾌해 보이지만 그 속에 치열한 생각들이 움직이듯, 한길사 새 집 또한 외부에서 드러나는 무겁고 앙다문 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무척 역동적이고 생생한 생김새입니다.” 건축가 김헌(예다건축 대표)씨의 설명에 따르면 “네권의 책을 꽂아놓은 모양으로 지었다”는 통설은 맞지 않다고 한다. 건물을 통째로 길게 붙이지 않고 네 조각으로 자른 것은 출판도시의 중심인 심학산쪽에서 한강을 바라볼 때 조망이 가로막히지 않도록 한 건축적인 배려이지, 굳이 책의 형상을 지어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여백이 많은 책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단조로운 외관으로 여러 추측과 상상을 자아내는 이 건물은 그 자체가 책은 아니되 책에 대해 우리가 품고 있는 느낌들을 끌어올리는 책의 집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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