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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만 살고 밤에는 죽을라 ‘예술·문화 내세운 거대한 양로원 되지 않을까”도 걱정거리… 파주신도시 건설도 변수로
헤이리아트밸리와 출판도시 이전에도 특정 직업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마을을 이룬 사례는 있었다.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175번지 일대에 마련된 기자촌은 196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집단거주지다. 날로 독재체제를 강화해가고 있던 상황에서 비록 서울 변두리일망정 기자들에게 싼값에 땅을 내주는 것은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당근’이기도 했다. 초기엔 420여명의 기자들이 이 마을에 입주했으나, 주로 시내 중심가로 출퇴근해야 했기 때문에 거리상의 불편 등을 이유로 점차 다른 곳으로 이사를 나왔다. 현재는 초기 조합원 중 40여 가구만 남아 있는 기자촌은 이름과는 달리 기자 구경하기가 힘든 동네가 됐다. 역시 같은 해에 세워진 서울 관악구 남현동 예술인마을도 이름만 남아 있는 곳이다. 관악산 기슭에 자리잡아 경치 좋고 물 좋은 이 동네는 60년대부터 예술인들이 하나둘 자연스레 모여들었는데 69년엔 한국예술인총연합회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예술인아파트를 지어 예술인들에게 분양했다. 하지만 점차 주변지역이 개발 붐을 타면서 땅값이 오르자 하나둘씩 집을 팔고 나갔다. 연극인 이해랑, 시인 서정주 등 예술인마을의 터줏대감 격이었던 이들이 떠나가면서 그나마 유지돼오던 예술인마을이란 명맥도 끊길 처지에 놓였다. 물론 출판도시와 헤이리아트밸리는 기자촌이나 예술인마을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건축가와 주민들이 만든 약속에 의해 도시계획이 진행된 전대 미문의 실험적 도시다. 하지만 기대와 관심이 큰 프로젝트이니만큼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출판도시의 경우 애초에 산업도시라는 성격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거주지에 대해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것이 지적된다. 자칫하면 낮에만 공장과 사무실이 돌아가고 밤에는 불이 다 꺼지는 공동화현상이 일어날 위험이 크다. 48만평의 땅이 낮에만 ‘살고’ 밤에는 ‘죽는’ 비효율적인 공간이 돼버린다. 북시티 코디네이터 김영준씨는 “출판도시조합은 입주사 직원을 위해 8천평 터에 공동주택을 지을 계획을 세웠으나 땅을 확보하지 못해 중도하차해버렸다. 기숙사 또는 사무실과 자택을 결합한 형태의 건물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헤이리아트밸리는 경제적 여유를 가진 문화예술인들이 똘똘 뭉쳐 사는 ‘닫힌’ 마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예술·문화를 내세우는 거대한 양로원’이라는 것이다. 문화야말로 도시 전체의 맥락 속에서 녹아들어 시민들과 함께 누려야 하는 것이지 예술인들끼리 따로 모여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헤이리의 각 건물들이 갖게 될 수준 높은 문화시설이 서울·파주·일산 근교 시민들에게 폭넓게 이용되면서, 동시에 마을의 한적함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적정선에서 ‘남용’을 막는 것이 헤이리의 과제다. 여기에서 파주신도시 건설은 또 하나의 변수로 여겨진다. 북시티와 헤이리에 활기를 주는 도시의 흡입요인이면서도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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