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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마 정부’에게 묻는다 기자들이 직접 ‘정보공개’ 청구하며 부딪힌 벽… 어렵게 자료 받아도 핵심과 거리 멀어
“기자가 알면 모든 사람이 다 안다.” 기자가 어떤 사안을 매체에 보도할 때쯤이면,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비아냥이 섞인 말이다. 직접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특히 핵심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그 말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면 기자야말로 ‘정보가 많은 사람’이다. 특히 기자라면 출입처의 동향에 대해서만큼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자라고 해도 접근 가능한 정보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취재원들이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 불리한 내용은 결코 입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 18일, 기자는 바로?
기자로 오래 일해온 사람이라면, 우리가 병무청에 그런 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을 아주 어리석게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다. 굳이 그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대체복무자 현황은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직후, 우리는 병무청 공보실에 ‘<한겨레21>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고 해당 자료를 요청했다. 곧바로 자료가 팩스로 날아왔다. 뒷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는 팩스로 받은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4월5일, 우리는 전자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노동부에 첫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신라호텔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가 석연치 않게 설립신고가 취하된 것을 계기로 삼성 계열사의 노조 설립현황을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청구한 지 12일이 지난 뒤 노동부는 삼성 계열사 노조설립현황 자료를 우편으로 보냈다고 알려왔다. 수수료는 없었다. 우편으로 받아본 자료에는 에스원(주)를 비롯해 7개 계열사에 노조 설립필증을 교부한 현황이 대표자 및 조합원 수까지 나타나 있었다. 노동부의 결정은 우리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보공개도 활용할 만하다’는 것이었다.
왜 필요하냐고 왜 묻나
나흘 뒤 산자부 담당자는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공개를 하기로 했다며,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당신이 정보공개를 청구할 무렵에는 크레스트증권이 지분 10%를 사지 않은 상태여서 신고서를 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정보공개 청구를 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혹시 크레스트증권 관계자가 아닌가 해서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4월22일 크레스트증권의 신고서 사본을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크레스트증권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거의 없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접한 공무원들은 왜 그런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묻곤 했다. 우리는 4월29일 현재 원유 비축 현황과 필수비축량 산출근거에 대한 정보공개를 산자부에 청구했다.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석유비축 현황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답변시한(15일)이 임박해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와 “왜 그런 정보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사용목적란에 대개 ‘행정감시’ 또는 ‘학술연구’라고 썼다. 청구서에 쓴 대로 ‘학술연구용’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논문을 쓰려는 거냐, 책을 쓰려는 거냐”고 물었다. “그건 왜 알려고 하느냐”고 되묻자, 담당 공무원은 “그것도 말 못해주느냐”고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히 서식에 맞춰 작성을 했는데도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사용목적란이 불분명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알아야겠다”고 말했다. “서식이 잘못됐으면 정보공개 신청서를 바꿔야겠네요”라고 대꾸했다. 그는 그때서야 “알겠다”고 말했다. 5월17일 마침내 통보가 왔다. 비축현황 란은 답이 비어 있었고, 비축분 산출식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산식이 암호처럼 적혀 있었다.
곤란하면 무조건 ‘비공개’
정보공개 청구를 계속할수록 두터운 ‘벽’이 느껴졌다. 공개되는 정보는 핵심과 한참 거리가 멀었다. 재정경제부에 ‘예금보험공사의 부실채무기업 조사’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 담당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것도 모르느냐는 투였다. 그러나 예보는 전자정부를 통해서나 예보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없다. 정보공개 청구 대상 기관이지만, 아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급기관인 재경부가 예보에 이송하면 간단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뒷날 예보는 재경부에서 정보공개 청구서를 팩스로 받았다고 밝혔다). 할 수 없이 예금보험공사에 전화했다. 예보쪽은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담당자 이름 밝히는 것도 안 된다?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현황에 대해 가장 근접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보유한 ‘소득신고 및 납세’ 자료를 꼽는다. 우리는 그 정보에 과연 접근할 수 있는지 국세청에 ‘2001년, 2002년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자의 연간 근로소득 분포’를 100만원 단위로 공개해줄 것을 청구했다. 국세청은 “별도로 작성 관리하는 자료가 아니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개인의 납세정보는 정보공개 청구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소득 분포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통해 국민의 소득 실태를 파악하고 있을까?
참여연대는 지난 2월 국가정보원에 국정원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가 어이없는 통보를 받았다. 정보공개 담당직원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하라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국정원이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국정원은 “조직·소재지 및 정원은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국정원법 6조를 내세웠다. 대국민서비스 업무를 맡는 사람 직원의 이름이나 연락처가 공개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정말 위협이 된다고 국정원은 판단한 것일까 국정원의 결정은 정보공개 청구를 대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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