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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항녕 고려대 연구교수 인터뷰 행정 수행과정에서 생산한 문서는 모두 등록하고 전문인력을 통해 관리돼야
지난 3월27일 전국의 역사학자 399명이 철저한 국정 기록과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제도 개혁을 정부에 촉구했다. 당시 회견 준비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던 오항녕 고려대 연구교수를 5월30일 서울 남산 한국국가기록연구원(www.rikar.org)에서 만나 우리나라 국가기록 관리의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국가기록을 제대로 관리하자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국정행위를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책임을 갖는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 기록하지 않고 관리와 공개를 하지 않는 폐습이 굳어져왔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기록관리법과 정보공개법을 시행했지만, 주무기관의 한계와 관행 속에 안주하려는 풍토 등에 의해 주요 법 조항들이 사문화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정부의 회의록 작성 등 기록관리 실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전두환씨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재임기간 동안 기록한 각종 메모와 국정 현안 관련 문서자료를 트럭 3대에 나눠 싣고 집으로 가져갔다. 혈세를 들여 작성한 막대한 양의 국정 기록을 개인이 사유화한 대표적 사례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기록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 국무회의 회의록조차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 지난 97년 씨랜드 화재참사 당시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결재기록만 있을 뿐 인허가 과정에 대한 기록은 전무했다. 나중에 밝혀진 것처럼 당시 담당자는 허가에 반대했지만 외압 때문에 결제라인에 따라 허가를 내줬다. 공문서에는 없던 기록이 담당자의 업무노트에서 밝혀졌다. 공무원들은 정책결정 과정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 책임행정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정반대임이 드러난 사례다. -공공기록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행정 수행과정에서 생산한 문서는 모두 등록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 등록한 기록은 시스템에 의해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생산된 기록은 활용이 끝나면 보존기관으로 훼손없이 전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이 배치돼 기록을 영구 보존·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공공기록관리법이 도입된 뒤에도 아직까지 이 3가지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2004년 말이면 각급 기관에서 전문인력을 채용해 기록관리 업무를 맡겨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후속 법령 정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공기록관리법 제정 뒤 정부기록보존소장의 평균 재임기간이 7개월 보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보존소장은 2급 공무원이다. 장·차관이 즐비한 중앙행정부처와 청와대 등 ‘힘있는’ 기관에서 생산한 문서를 제출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고시 출신이 기수에 따라 보직 승진하다 보니, 기록보존소를 그저 잠깐 거쳐가는 곳쯤으로 여긴다. 전문성은 떨어지고 기록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 기록보존 소장의 임기만이라도 보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개방형 임용제 도입과 행자부에서 독립해 별도 기관화하는 게 중요하다.
오 교수는 “현행 법령상 작성 단계에서 비공개로 분류된 기록은 재분류가 가능한 30년 뒤까지 무작정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허점이 있다.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일의 진행 상황에 따라 공개 여부를 지속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기구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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