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2 ] 2003년05월22일 제460호 

‘석유 빈국’ 한국의 고민

이란 혁명의 여파로 1979~80년 사이에 제2차 석유파동이 일어났을 때 국제유가는 79년 배럴당 29.75달러에서 80년 35달러대로 급등했다. 이때 우리 경제가 입은 타격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컸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9년 7.1%에서 80년 -2.1%로 급락했다. 소비자물가는 무려 28.7%나 폭등했다.

지금도 석유가격의 상승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에너지수요전망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의 석유수요는 7억7천만배럴에 이른다. 원유 수입액으로 보면, 한해 200억달러 안팎이다. 만약 원유도입단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연간 무역수지는 12억달러가량 악화되며, 경제성장률은 0.1%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0.15% 오른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석유 값이 우리로서는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2002년 현재 97.3%에 이른다. 지난 1980년 73.5%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1차 에너지 소비 중 석유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지금도 49.1%(2002년)에 이른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낮춰온 석유의 중동 의존도도 73.4%로 더 이상 크게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라크전쟁과 같은 중동사태가 재발할 경우 가격이 오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조달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석유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어, 석유 빈국의 고민은 대개 비슷하다. 그러나 다른 에너지 빈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사정은 심각하다. 일본은 98년 3월 기준으로 해외 유전개발에 투자한 59개사가 석유개발에 성공했으며, 이를 통한 생산량이 원유수입량의 15%를 차지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자주개발 수입률은 2%에 불과하다.

대체에너지 소비도 1차에너지 소비의 1.2%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폐기물 에너지다. 특히 외국에서는 점차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원자력에너지가 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늘어가고 있다. 석유고갈 위험, 그것이 현실화될수록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우리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니까.”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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