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 2003년04월10일 제454호 

요가가 달려온다

스포티즘과 자연주의의 조화… 미국서 점화된 요가패션 붐 우리나라에서도 번성할 듯

“요가를 잡아라.”

피트니스 산업이 요즘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요가다. 시작은 인도에서 비롯했지만 ‘유행’으로 만개한 것은 미국에서였다. 동양의 선과 명상요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요가 바람이 불기 시작한 데 이어, 줄리아 로버츠, 귀네스 펠트로, 리키 마틴, 코트니 러브 같은 슈퍼스타들의 열렬한 예찬론이 기름을 부었다. 요가의 씨앗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액세서리·음식·인테리어·패션 등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뿌리내렸다. 특히 요가 패션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패션전문지 <패션비즈>의 이용옥 기자는 “지금 뉴욕에선 일명 요가 바지라고 불리는, 부드러운 소재에 통이 약간 넓고 허리선이 낮으며 발목까지 오거나 8부 정도 되는 바지가 거리를 휩쓸고 있다”고 전했다.

마돈나는 게이 남자친구와 함께 아들을 키우는 영화 ‘넥스트 베스트 싱’에 출연해 요가 패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요가 마니아인 마돈나는 극중에서도 요가 선생 역할을 맡았다. 하체를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배꼽이 보일락말락한 허리선이 낮은 8부 정도의 바지에 은은한 색깔의 니트 스웨터를 입고 나온 마돈나의 모습은, 자기 주장을 펼칠 땐 단호하면서도 한편으론 인내심이 강한, 부드럽고 열정적인 성격의 인물을 잘 표현했다.


사진/ 요가웨어는 깔끔한 색상에 부드러운 면 소재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도 역시 유연하고 날씬한 몸매를 만들려는 욕구와 더불어 각종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정신적 안정을 찾으려는 바람에서 요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호흡훈련을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고 자세훈련을 통해 골격을 바로잡아주는 운동의 효과가 입소문을 타고 젊은 여성들이 속속 요가에 동참하고 있다. 요가협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요가 인구는 50만~60만명 가량으로, 동마다 설치된 문화센터 등에서 요가를 배우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100만명까지 추산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 요가센터에서는 동작에 무리없는 편안한 옷을 입도록 권하지만, 운동할 때 자신의 몸매를 ‘확인’하고 더 패셔너블해 보이기를 원하는 이들의 욕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캐주얼 브랜드에서 선두적으로 요가 스타일을 내놓은 MF는 부드러운 면 소재에 파스텔톤의 색깔, 몸을 별로 조이지 않으면서 장식을 엄격히 배제한 요가 바지를 선보였다. 조진현 MF 마케팅 팀장은 “일상생활에서 하지 않는 동작을 주로 하는데다 정신집중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지퍼나 끈 같은 것을 가급적 달지 않는다”고 말했다. MF는 요가 매트, 요가 가방, 요가 베개 같은 관련 물품들도 생산할 계획이다. C.O.A.X 요가 바지 역시 흰색 같은 차분하고 깔끔한 색상에 땀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로, 몸에 어느 정도 붙으면서도 적당히 여유있는 스타일이다. 나이키코리아도 요가에 적합한 운동복을 포함해 요가 매트, 막대기 등 요가에 필요한 용구 세트를 출시했다.

서양에선 패션업체들의 대응이 이보다 발빨랐다. 금연캠페인·동물보호운동을 비롯해 요가의 열렬한 팬으로 잘 알려진 슈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이 푸마와 손잡고 만든 요가 웨어 브랜드 ‘누알라’는 나날이 주가를 올리고 있다. 나이키·리복·아디다스 같은 전문 스포츠 브랜드도 독립적인 요가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 최근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요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패션을 비롯해 요가 관련 산업이 커지면서 지나친 상품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한켠에선 들린다. 전문가들은 본래 요가란 것이 내면의 수련을 중시하는 정신적 몸놀림이기 때문에 무엇을 입을지,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아오마요가센터 김순종 원장은 “요가 전통이 파마다 달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론 자기 몸에 무리 없는 편안한 옷을 입으면 되고 별다른 용구도 필요 없다. 서양 사람들은 동양인보다 몸이 덜 유연하기 때문에 공이나 막대 같은 보조 도구를 이용하는 방법들이 개발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요가 패션은 앞으로 순항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편안한 실루엣이 연출돼 몸에 달라붙는 조깅 패션보다 더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스며들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용옥 기자는 “스포티즘과 자연주의를 합친 것이 요가 스타일”이라며 “미국에서 점화한 요가패션 붐이 곧 우리나라에도 번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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