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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를 강력히 권한다” 청타이리 대만 의정서 부서장 인터뷰…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 은 기우에 불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와 성공회대 인권평화센터 등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청타이리 대만 의정서 부서장(병무청 부청장)은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 뒤에도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복무기간이 긴 대체복무보다는 현역입대를 선택하고 있다. 대체복무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3월1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청 부서장을 만나 대만의 대체복무제도에 대해 물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인 대만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달라. =대만에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현역병 수가 남아돌기 때문이었다. 1997년 45만명의 병력을 40만명으로 줄이는 감군계획에 따라 해마다 14만~15만명에 이르던 징집인원이 2000년부터 13만명선으로 줄어들었다. 징집대상 인원이 넘치다 보니 징집대상자들은 입대를 하려면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려야 했다. 병력규모로 국방력을 판가름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남는 인력을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끝에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종교계 반대 전혀 없었다
-제도 도입과정에서 반대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반대는 거의 없었다. 언론에서도 적극 협력해줬고, 입법원(국회)에서도 별도의 추진기구를 꾸릴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종교계에서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 대만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대체복무는 국방의 의무를 피하는 게 아니다. 다른 분야에서 사회의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것이다. 안보를 좁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1999년 추진위를 설립해 2000년 1월 법률안이 통과됐다. 당시 의정사(최근 의정서로 승격·병무청) 인력 20여명이 1년6개월 동안 매달려 밤샘근무를 밥먹듯하며 법안을 마련했다. 2000년 7월 제도가 시행돼 첫 대체복무자를 받았다. 2002년 대체복무자 수를 1만명으로 제한했는데, 신청자는 약 1만2천여명이었다. 지난해 입영대상자가 12만명이었는데, 약 10%에 달하는 청년이 대체복무를 원한 셈이다.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병역거부자들이 어떤 처분을 받았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 특히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의 피해가 컸다. 4년 이상 수감생활을 해야 군 입대가 면제됐는데, 형기를 마치기 전에 가석방을 시키고, 다시 징집영장을 내보내고는 했다. 형량이 누적되지 않아 연속된 수감기간이 4년에 하루라도 모자라면 45살이 될 때까지 되풀이해 투옥됐다. 이 때문에 최고 10여년까지 수감생활을 한 사람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면, 징집대상자가 모두 대체복무를 선택해 현역병 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웃음) 걱정할 필요 없다. 2000년 제도 시행 첫해에는 예상과 달리 시행 첫해에는 신청자가 모자라 오히려 애먹었다. 복무기간이 긴 대체복무가 현역보다 결코 쉽지 않다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특히 종교적 이유로 대체복무를 신청할 때는, 현역보다 1.5배 긴 기간을 복무해야 한다. 대체복무로 몰려들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생각한다. 22개월 근무하는 현역병보다 33개월 근무하는 대체복무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도 자칫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을 텐데. =병역기피 수단으로 대체복무를 택하지는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일반적으로 현역보다 복무기간이 길기 때문에 선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만의 대체복무자는 크게 두 부류다. 일단 신체검사를 통해 현역·대체복무자·면제자로 나뉜다. 여기서 현역 판정을 받은 사람도 본인이 원하면 대체복무 신청을 할 수 있다. 단, 신청자가 필요인원(1만명)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추첨을 통해 대체복무 여부를 결정한다. 복무기간은 맡은 업무에 따라 현역보다 4~6개월 더 길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기초군사훈련이 면제되는 대신 복무기간은 현역의 1.5배인 33개월이다. 심사제도도 엄격하다. 일단 양심상 이유로 대체복무를 신청하려는 사람은 이유서와 회고록을 쓴 뒤 종교단체의 보증서를 받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내정부(행정자치부) 산하 별도의 심사위원회가 지원자들이 제출한 서류를 심사한다. 대상은 대체복무법안에서 ‘2년 이상 신앙생활을 한 자로 양심상 이유로 병역을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로 한정하고 있다. 심사위원회 면담에서 의심스러운 사람은 다시 1년간 관찰을 하게 돼 있다. 물론 이 기간에 입영은 자동 연기된다. -대체복무자는 어떤 일을 맡고 있나.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과 각종 문화사업을 벌이는 대체복무자도 있다. 또 4천여명이 오지나 외딴 섬에서 교사생활을 하며 병역을 대신하고 있다. 전문기술을 가진 인력은 해외로 파견된다. 제도 시행 뒤 중동지역에 70여명의 의료·교육 전문인력을 파견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방대책과 응급구조활동을 벌이는 대체복무자도 있다. 얼마 전에는 대체복무자 가운데 구급차로 산모를 옮기던 중 차 안에서 출산을 도와 태어난 아이의 대부가 되었다. 또 심장이 멈춘 사람을 심폐소생술을 통해 살려냈다. 양로원과 장애인시설, 각종 병원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이들도 있고, 치안보조 활동에 대체복무자를 투입해 경찰예산을 줄이기도 했다. 교통체증이 심각한 타이페이시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인력의 상당수가 대체복무자들이다.
인권국가로서의 위상 올라가
-대체복무제 도입의 성과가 있다면. =무엇보다 대만이 인권국가로서 위상이 올라갔다는 점이 있다. 또 해외에 파견된 대체복무자는 외교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인권존중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커다란 이익이 된다. 대체복무자 1만명이 양로원·장애인시설 등 일손이 부족한 사회복지기관에서 근무하면서 복지 서비스의 질이 크게 향상되는 성과를 낳았다. 약 30억대만달러(약 100억원)에 달하는 예산절감 효과를 보았다는 분석도 있다. 현역근무와 대체복무 모두 나라를 위한 일이다.
청 부서장은 1998년 최초 민간인 출신으로 당시 의정사 사정(책임자)에 올랐으며, 대만 대체복무제도 도입과정을 총괄한 인물이다. 그는 의정사의 국회 연락관 생활을 10여년 동안 했으며, 1998년 6월에는 19살 이상 비리를(?) 병역미필자의 출국금지를 완화하는 법안을 마련해 1년에 약 6만명의 병역미필자가 자유롭게 출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체검사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를 막기 위해 지역별로 민간 종합병원에서 신체검사를 하는 제도를 도입해 병역비리를 막는 데 크게 공헌했다. 제도 시행 전 신체검사에서는 해마다 1만여명이 면제처분을 받았으나, 시행 뒤에는 5천명 이하로 줄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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