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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특별기획 등록 2003.01.02(목) 제441호

[특별기획] 행정수도, 풍수적으로 보면?

전통적으로 볼땐 오송이 여건에 맞아… 장기지구는 ‘서울을 빼닮은 듯’

풍수지리상 행정수도 후보지 가운데 길지는 어디일까. 풍수연구가들이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이 은은히 고여드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명당 터로 딱히 꼽은 곳은 없다. 그러나 충청도는 그 자체로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불린다. 경산대 성동환 교수(풍수지리학)는 “충청도가 느리다지만, 풍수 측면에서 보면 지세가 부드러우면서도 호걸·강골들이 많이 나온 땅이다. 강원·경기도와 달리 백두대간에서 뻗어 달려온 산이 물을 만나 멈춘 ‘비산비야’, 즉 산도 들도 아닌 곳이 많다. 좋은 묘자리인 음택지도 충청도에 많다”고 했다.

경산대 최창조 객원교수(풍수지리학)는 통일시대를 감안할 때 행정수도 이전은 반대라고 전제한 뒤 후보지들을 이렇게 평가했다. “아산 새도시는 너무 넓고 주위를 가려주는 산이 없다. 좌청룡 우백호 같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맛이 없다. 장기지구는 들어가보면 넓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좁다. 그래서 수도를 만들려면 주변 산들을 부숴야 한다. 오송지구는 앞에 널찍한 들판이 있고 아담하니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전통 풍수지리로 볼 때 행정수도 요건에 맞는다고 볼 수 있다. 대전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 보름간 잠깐 수도로 기능한 적이 있지만 풍수논리로 보면 별로 안 좋다.”

후보지 가운데 ‘서울을 빼닮은 듯하다’는 장기지구는 특히 풍수적으로 눈길을 끈다. 장기는 차령산맥 지류가 내려와 앉은 천태산을 주산으로 오른쪽에 백호격인 갈매봉이, 왼쪽에는 청룡으로 국사봉이 중심지를 감싸안고 있다. 남쪽에는 서울의 남산격인 장군봉이 연봉을 거느린 지세다. 장군봉 동곡산은 조선조 개국 뒤 환도지를 찾을 때 무학대사가 올라가 내려다보고 “내가 찾던 곳이 여기로구나”고 소리친 무학봉이다. 장기면은 용이 숨었다는 은용리가 있을 만큼 비룡은산의 형세로 알려진다.

풍수적으로 부와 재물은 물과, 행정은 산의 지세와 어울린다. 부와 재물이 융성하는 곳은 진귀한 재물을 가득 실은 배가 항구에 정박한 행주(行舟)형 지세인데, 주로 큰 강을 따라 형성된다. 한강이 있는 서울과 대동강을 낀 평양이 그렇다. 반면 정치와 행정은 산의 지형에 달렸다. 하늘이 점지해준 길상한 일자문성(一字文星) 형상의 산에서 귀인이 많이 난다고 한다. 대동풍수지리학회 고제희씨는 “충남은 금강 유역에 형성된 곳이라 부와 가깝다. 그런데 속리산이 한반도의 큰할아버지 산이라 행정과도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현문풍수지리학회쪽은 “행정수도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풍수지리적으로 지역감정의 골을 해소할 수 있는 행정수도 자리를 우리끼리 말해둔 적이 있는데, 아직 발설할 수는 없다”고 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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