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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해치울 문제 아니다” 전문가 좌담으로 정리해본 행정수도의 위상과 후보지 선정의 과제
강용식(이하 강): 인구 4800만명 가운데 47%인 2250만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수도권은 화성·판교·파주 등 위성도시를 만들어가면서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수도권 인구가 전 국민의 55~60%까지 갈 수도 있다. 수도권 혼잡비용도 연 3조~5조원에 이른다. 인구분산을 위한 조치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이를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수도 이전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남한만의 수도냐, 통일 대비한 수도냐
성경륭(이하 성):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은 3가지로 들 수 있다. 첫째로 도시의 집적은 어느 정도 편익을 가져온다. 노동력을 구하기 쉽게 하고 시장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정 단계가 지나면 집적으로 인한 불이익이 증가한다. 주택·교통·환경·질병 등 여러 가지 불편과 위험이 상존하게 된다. 현재 수도권은 그러한 수준을 넘어섰다. 두 번째로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서울의 공동화를 생각하기 이전에 지방의 공동화가 이미 심각하게 진행돼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당연히 지방의 공동화다. 세 번째로 경제논리로 볼 때도 이전의 필요성은 제기된다. 토지·노동·자본 3가지 측면에서 바라보자. 인구의 과잉밀집은 토지비용을 증가시켜 생산단가를 상승시킨다. 또 주거비 상승으로 인해 인건비 상승 압박이 심해진다. 결국 노동비용이 증가한다. 자본의 측면에서도 토지·노동 비용이 높기 때문에 신규투자가 어려워진다. 전체적으로 수도권의 생산성은 떨어진다. 강: 대선 때 서울이 공동화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오히려 서울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표가 많이 나왔다. 충청권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이룬 것 아니냐. 성: 사회적 합의라는 측면에서는 일단 “필요조건을 통과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국가의 장래와 관련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지역 간 논란도 예상된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토론을 가져야 한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해본다. 안: 중요한 것은 행정수도의 성격이다. 남한만의 수도냐, 아니면 통일을 대비한 수도냐에 따라 규모와 시기가 달라진다. 남한만의 수도라고 할 때는 임시수도의 성격이라고 봐야 한다. 통일을 대비한 수도라고 한다면 규모와 위치가 거기에 맞게 건설돼야 한다. 임기 5년 안에 모든 것이 결정돼야 할 문제는 아니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돼야 한다. 성: 통일 이후를 염두에 둔 수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청권은 청주공항이 있어 평양 등 북한쪽과의 교통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속철도와 고속통신망도 있다. 통일 이후를 고려하더라도 충청권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리고 기왕 행정수도를 건설하려면 임시수도로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좋다. 안: 임시수도로 한번 옮겼다가 통일 이후 다시 옮기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그런 점에서 애초 공약했던 50만명 규모는 맞지 않다. 최소한 인구 100만명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상당한 시간을 갖고 입지선정 등 개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구 50만명과 100만명의 차이
성: 50만명이란 규모는 중앙부처 공무원과 가족들 중심으로 어림잡아 그렇게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너무 큰 규모로 하면 서울 주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격과 위상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규모와 위치를 잡아야 한다. 안: 행정수도를 기존 도시에 붙이는 방법은 비용을 절약하면서 쉽게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존 도시구조를 바꿔야 하고, 큰 규모의 추가 시가지 조성이 필요하다. 그럴 경우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가능하면 미개발지에 계획적으로 만드는 것이 행정수도에 걸맞을 것이다. 새로 건설한다면 인구 100만명 정도 규모는 돼야 한다. 새로 건설할 경우 현재 서울과 같은 고밀도로 개발할 수는 없다. 서울과 같은 인구밀도로 한다면 100만명을 수용하는 데 2천만평이 필요하다. 인구밀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면 4천만평이 필요하다. 여기에 산과 호수 등을 포함하면 5천만평이 적절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면적(2억평)의 4분의 1 규모다. 성: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 단체, 연구소가 모두 1천여개가 된다. 너무 많다. 프랑스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 프랑스는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18%로 안정화돼 있다. 공공기관을 지방에 적절하게 분산한 탓이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공공기관의 분산배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안: 인구 50만명과 100만명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도시 기능을 제대로 갖추고 국제적 수준의 서비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구 100만명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행정수도라고 한다면 특급호텔이 10개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인구 50만명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인구 27만명으로 계획된 일산의 경우 국제전시장을 세운다고 했지만 10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 기존 시설이 잘돼 있는 곳 가운데 하나를 행정수도로 선택해 시가지를 추가 건설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안: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새로 건설한다고 해서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기반시설 조성비는 상하수도와 도로 건설비까지 포함해 1평당 20만원이면 충분하다. 문제는 땅값이다. 기존 시가지냐 신시가지냐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규모도 다양하게 검토해볼 수 있다. 인구 10만명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영구적인 행정수도가 될 수 있느냐 여부다. 성: 단지 조성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 부처 건물들을 배치하는 데는 밀집형과 분산형이 있다. 어떤 게 좋겠는가 안: 밀집형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분산시키는 것은 지역발전을 위한 전략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인구 50만명, 100만명 도시에서 특별히 지역을 발전시킬 문제는 없다. 강: 여러 가지 형태가 가능하지만 밀집형이 이상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안: 비용은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 5천만평 기준으로 20만원씩 잡으면 10조원이면 된다. 그리고 기반시설 조성비와 공공투자비는 조성된 땅을 민간에 분양하면 다시 회수된다. 5천만평 가운데 30%인 1500만평을 민간에 분양한다고 했을 때 평당 100만원만 잡아도 15조원을 회수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적인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서울과 행정수도 사이에 엄청난 교통수요를 유발할 것이다. 이를 감당하려면 왕복 6차선의 고속도로를 2개 정도 신설해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2조~3조원이 들어간다. 철도는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된다. 물론 건물을 짓는 데 30조~40조원이 들어가지만 이는 민간이 투자해야 할 몫이다. 풍수지리, 그리고 물과 교통
안: 물론 민간부문의 투자도 사회적 자원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매년 짓고 있는 주택을 생각해보라. 매년 수십만채의 주택을 짓는다. 그 중 절반이 수도권에 지어진다. 25만~30만채다. 행정수도를 건설한다면 그러한 수도권 주택건설이 필요 없어진다. 성: 그렇다.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서울에 지을 주택을 행정수도에 짓는 것으로 보면 된다. 오히려 더 싸게 투자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서울 인근에 돈을 쏟아부어 1평당 1천만원짜리 집을 짓는 것은 해악이다. 다른 좋은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잡아먹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만 생각한다면 행정수도를 더 크게 지어야 한다. 강: 입지 선정의 원칙은 재해가 없는 지역이어야 한다. 그리고 급수가 가능하고 전기공급이 원활해야 한다. 3군사령부와의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수려한 명당자리라면 더욱 좋다. 안: 우선 자연재해 지역을 피해야 한다. 풍수지리학적 측면도 봐야 한다. 그리고 물 공급과 교통이 좋아야 한다. 특히 고속철도 역사와 가까워야 한다. 성: 입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더 보탤 것이 없다. 다만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안: 행정수도 자체가 과밀화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100만명 규모의 도시를 건설하는 데는 20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20년 뒤가 되면 인구가 줄어든다. 서울이라는 존재가 있는 한 행정수도의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 물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북한강 수계는 댐이 많고 수자원이 잘 관리되고 있지만 남한강은 수자원 관리에 문제가 많다. 안정적인 물 공급 문제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대전(100만명)과 청주(50만명)에 더해 행정수도(100만명)가 들어서면 이 지역이 서울처럼 거대도시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강: 다시 말하지만 행정수도를 옮기려면 1시간 이상 거리는 돼야 한다. 1시간40분에서 2시간 거리가 적당하다. 청주공항과의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안: 개발기간 동안 약간의 혼란은 있을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서울과 행정수도를 오가는 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부작용은 없을 것이다. 물론 행정수도를 이전한다고 해서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일정한 효과가 있다. 행정수도 건설과 함께 청주·대전 등 기존도시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기존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완화될 것이다.
‘임기 내 착공’집착하지 말아야
성: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문제의 개선 효과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교통·환경 등 기존 수도권의 문제는 남는다. 수도권 인구집중의 원인은 2가지다. 권력기관의 소재지라는 것과 시장 요인이다. 초기에는 권력기관의 소재지라는 것이 흡인 요인으로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 요인이 크다. 따라서 수도권 인구의 절대적 감소는 없을 것이다. 다만 증가율이 완화되는 추세는 보일 것이다. 강: 행정수도가 이전하면 인구가 분산되고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안정될 것이다. 그리고 영호남 지역으로 공장들이 많이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 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안: 조심해야 할 것은 이전 계획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 안에 착공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임기 안에 제대로 된 계획을 수립해 후임자가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1~2년 만에 삽질 시작해서 우왕좌왕하다가 후임자가 이를 번복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캔버라로 수도를 이전하기로 결정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긴 안목으로 짚을 것 다 짚어보고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성: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의 운명과 관계된 것이다. 행정기능만 간다고 할지라도 큰 일이다. 또 나라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공약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 특히 1년 안에 어떤 것을 하고, 2년 안에 어떤 것을 한다는 식의 일정에 구속받아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충청권이 현재 너무 과열돼 있다. 지역 이익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일이라는 측면에서 봤으면 좋겠다. 정리=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사진=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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