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군 장기지구는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안보상의 필요에서 구상하고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 대상지역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장기지구, 천안시 목천면 일대, 논산군 상월면 일대 등 3곳을 후보지로 압축한 뒤 장기지구를 최종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이전 프로젝트 이름은 백지상태에서 완벽한 이상도시를 세운다는 뜻의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

당시 3공화국은 대통령 관저 조성계획에서 연도별 정부기관 이전계획까지 담은 완벽한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10·26사태 이후 총 46권의 보고서를 남긴 채 역사 속에 묻히고 말았다. 이 계획은 81년 말까지 세부 도시설계와 토지매수를 완료하고 82년 행정수도 건설에 들어가 96년까지 15년간 총 5조2900억원(77년 가격)을 투입해 9천만평에 인구 50만∼100만명의 새 수도를 완성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모형도까지 만든 장기지구 새 수도 계획은 도시중심축의 남북에 중앙청과 시청을, 동서로는 입법부와 사법부를 각각 배치하는 십자형 도시를 지향했다. 서울과 직결되는 초고속전철이 도심을 통과하고, 지하철 2개를 건설하는 외에 병·의원 712개, 운동장 23개, 방송사 3개, 도서관 20개에 최첨단 도심집단 냉·난방시설까지 계획했다. 또 건설기간 중 연 1억9천만명, 하루 4만2천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시멘트 940만t, 목재 224만㎥가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기면 하봉리 윤승현 이장은 “당시 현장조사팀이 촬영한 항공사진을 들고다니며 여기가 어느 지점이냐고 묻기도 했다. 항공사진은 누구 집 개가 돌아다니는 것까지 다 보일 정도였다. 마을 사람들이 물어보면 ‘그냥 지질조사한다’고 대답하는 등 극비리에 진행했기 때문에 그때는 뭘 하는 건지 전혀 몰랐다”고 돌이켰다. 당시 조사팀은 장기면 일대 땅 속 몇m 지점에 돌이 있는지까지 다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새 행정수도 건설비용으로 제시한 40조원은 이 당시 백지계획안을 근거로 추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