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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인가, 배아인가 줄기세포 연구 성과 놓고 의견 엇갈려… 윤리적 문제 없는 처녀생식이 대안으로 떠올라
성체줄기세포도 여러 조직 형성하지만
제대혈은행에 보관하는 혈액줄기세포는 태아에 있는 원시형 세포다. 무한증식이 가능한 줄기세포의 기능을 하기에 궁극적으로 인체의 여러 조직을 형성한다. 제대혈은행이 미래의학의 산실로 여겨질 만하다. 하지만 제대혈을 보관한 아이가 자신의 것을 이용할 확률은 1만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제대혈은 만능 줄기세포가 아니다. 분화가 신경줄기세포와 혈액줄기세포, 췌장도 전구세포 등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만일 태반이나 탯줄에서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면 재생의학이 딜레마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유전자 결함이 있는 신생아 제대혈을 유전공학적으로 치료한 뒤 다시 이식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꿈 같은 이야기에 가깝다. 그렇다면 줄기세포의 놀라운 가능성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생명윤리에 관한 정부 입법안은 인간 체세포 복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용한 경우에만 연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치료용 복제의 원칙적 금지에 대해 양병국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의 장점을 고루 갖추었다. 윤리적 비난이 제기되는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줄기세포 연구는 앞으로 법이 제정되면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서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냉동보관 배아연구는 완전한 금지가 아닌 만큼 연구의 길은 열려 있다”고 말한다. 최근 연구자들은 조혈모세포나 피부줄기세포 등 성체세포도 배아줄기세포처럼 근육·신경·간 세포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국내외 연구진들은 골수줄기세포·유방유선줄기세포·지방줄기세포 등에서 뇌·척추 부상 치료용 신경세포를 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도널드 올릭 박사팀이 심근경색을 일으킨 쥐의 심장에 다른 쥐의 골수에서 분리한 조혈모세포를 주입해 60%가량의 심장근육을 회생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배아줄기세포만큼 대량증식이 쉽지 않더라도 병든 조직을 신속히 대체해 재생의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암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렇듯 성체의 줄기세포를 생쥐에 주입하면 후손세포들은 근육·간·뇌·심장 등에서 발견된다. 당연히 배아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성체줄기세포도 여러 형태의 조직을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대다수 연구자는 성체줄기세포는 한 부류의 세포를 만들도록 돼 있어 그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정형민 포천중문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은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분화가 결정돼 있다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특정 형태의 세포로 분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식 이후에 다른 세포와 융합하는 데도 걸림돌이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대학의 나오히로 테라다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성체의 척수와 뇌의 줄기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배양접시에서 배양했다. 그 결과를 발표한 2002년 4월 <네이처>에 따르면 성체줄기세포가 단순히 배아줄기세포와 융합한 뒤 정상적인 수보다 많은 수의 염색체를 가진 거대세포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성체줄기세포의 불안한 미래를 보여준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 주입한 성체줄기세포가 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잉 염색체는 일반적으로 종양세포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의 실험이 연구실의 배양접시에서 이뤄진 것을 감안해도 생체 안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암 유발 가능성 대두돼 의학적 논란
재생의학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배아는 하나의 생명체가 갖춰야 할 기관들을 형성하기 이전 단계의 수정란이다. 여기에서 얻는 줄기세포는 간이나 폐, 신장 등 210개 이상의 장기로 자라날 능력이 있다. 특정 조직으로 분화하는 조직만 찾아내면 건강한 세포를 만들어 세포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세포덩어리로 보이는 배아가 생물학적 과정의 연속선상에서 생명체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한용만 한국생명과학연구원 동물발생제어연구실장은 “아직까지 배아의 생명문제를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은 연구를 통해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재생의학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한다. 현재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하나는 폐기되고 있는 여분의 냉동 배아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얻는 것이다. 냉동 배아줄기세포는 인공출산 기술의 산물로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체외수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성의 몸에서 과배란을 유도해 인공출산에 사용하고 나머지를 냉동 보관하기 때문이다. 냉동 보관된 인간 배아가 우리나라에도 100여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든지 냉동 배아줄기세포를 분리해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냉동 배아줄기세포에서 얻은 특정 세포의 면역 거부반응을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성공할 확률은 1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배아복제는 복제인간으로 이어질까
여성계에서는 치료용 복제가 난자를 공급하는 여성의 상품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남성의 정자는 한번에 대략 4억개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난자는 배란촉진제를 투여하더라도 한달에 고작 3~4개를 얻는다. 그런데 배아복제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난자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동종간(同種間) 핵이식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핵이 제거된 동물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주입해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이종간(異種間) 핵이식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종간 핵이식은 반인반수(半人半獸) 탄생이라는 ‘오해’에 휩싸여 있다. 연구자들은 이종간 핵이식이 이뤄진 복제 배아를 자궁에 넣어도 착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연구자들은 난자로부터 정자를 수정하지 않고 태아를 키워내는 처녀생식에 성공하고 있다. 정자 없이 난자만으로 배아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ACT사가 단성생식으로 최초의 인간 배아복제에 ‘성공’한 이래, 국내의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장도 생쥐의 난자를 배아로 전환시키는 처녀생식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해 심장근육세포로 만들어냈다. 자신의 난자로 면역 거부반응 없이 여성의 난치성 심근질환 등을 치료할 길을 마련한 것이다. 박 소장은 “처녀생식으로 만든 배아는 정자 없이 만들어진다. 당연히 자궁에 이식해도 임신이 이뤄지지 않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복제와 달리 윤리적 논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성에게만 가능하다는 한계는 있다”고 말한다.
난자만으로 배아 만드는 처녀생식
지금까지 미국 국립보건원에 등록된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78주다. 이 가운데 활용이 가능한 것은 16주(미국 6, 스웨덴 3, 이스라엘 3, 한국 4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모두 냉동 배아에서 유래한 것으로 줄기세포에서 특정 세포로 분화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줄기세포 사용에 서 면역 거부반응이라는 걸림돌을 극복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줄기세포가 돌연변이를 내포할 수도 있다. 심지어 치료용 복제로 얻은 배아줄기세포라도 안심하기 힘들다. 예컨대 당뇨병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 경우 애초 질병 유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의 의학적 성과는 여전히 가능성에 머물 뿐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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