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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특별기획 등록 2002.10.09(수) 제429호

[특별기획] 물이냐, 숲이냐

배수지 설치 공사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서울 마포구 성미산 숲

서울 마포구의 성미산은 해발 62m에, 전체 면적이 3만평가량 되는 도심의 작은 산이다. 성미산을 찾는 사람은 하루 1천여명가량이나 된다. 주변에 다른 숲이 없어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숲에 목마른 사람들은 그만큼 많다. 그러나 그 성미산도 위태롭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배수지를 설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시내 120여곳에 배수지를 설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여곳이 완성됐고, 현재 10여곳이 공사 중이다. 성미산의 경우 지난 92년 배수지 설치계획이 마련돼 지난해 부지매입까지 끝냈다. 이제 공사만 착수하면 되는 단계다. 배수지로 인한 혜택은 성산동 등 마포구 7개동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주민들은 배수지 설치계획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물 공급이 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숲숲의 보존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다.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는 지역의 공동육아단체 5곳과 성미산에서 배드민턴 등의 운동을 하는 동호회 5곳 등이 주축이 돼 지난해 8월 만들어졌다. 주민연대는 주민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은 결과 2만여명이 성미산 배수지 건설 계획에 반대했다고 한다. 회원 최은영(42)씨는 “성미산은 경사가 22도가량으로 가파른 산이어서 배수지 공사를 할 경우 숲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성미산 숲은 20∼30년생의 아까시나무가 주를 이루며, 현재 상수리나무 등의 참나무과 식물들로 천이가 일어나고 있는 준자연림이다.

최씨는 “남산 배수지의 경우도 물탱크를 묻은 뒤 2∼3m짜리 나무를 그 위에 새로 심었으나 나무의 생장이 거의 멈춰버렸다. 배수지의 혜택과 숲의 보존에 따른 혜택 가운데 지금 주민들이 숲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주민연대는 배수지를 짓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일본식 모델로 지을 예정인 배수지는 평지에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는 게 주민연대쪽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꼭 숲을 파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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