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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행복이 두렵지 않다! 압도적 표차로 노동자당 룰라 후보 대통령 당선… 이번 선거는 브라질과 세계에 어떤 의미가 있나
국내외 금융자본의 대리점들이 총집결한 상파울루의 중심가 파울리스타 거리엔 초저녁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손에손에 노동자당의 붉은 깃발을 들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희망이 두려움을 압도했습니다!” “브라질은 행복해지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브라질 민중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그 자리에서 룰라 후보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당선확정 연설을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모델에 맞서는 정치적 선택
그는 “1억7500만 브라질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브라질 시민사회 모두, 사업가들, 노조운동가들, 지성인들, 농촌 노동자들의 지원을 요청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더 공정하고 우애가 넘치며 연대하는 나라를 건설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그는 “평화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브라질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특별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며 라틴아메리카 최대 국가인 브라질의 외교력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룰라의 집권은 브라질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띤다. 먼저 61년 이후 처음으로 헌정위기 없이 전임정부로부터 평화롭게 정권을 인수한 첫 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다. 대륙 속의 대륙으로 불리는 광대한 브라질은 나라를 가로지르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라틴아메리카를 휩쓴 신자유주의 모델에 맞서는 정치적인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22년 전 독재정권에 맞선 브라질 민주화 투사들 가운데 기존 정당으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자와 민중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 필요성을 느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만든 노동자당은 이번 선거에서 주제 알렌카라는 사업가 출신 부통령을 지명하면서 노동과 자본의 공존을 꾀하고, 브라질 정가의 좌우파를 다양하게 아우르는 정치연합전략인 ‘사랑과 평화’ 전략을 통해 22년 만에 집권에 성공하면서 중남미 좌파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미주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도전
노동자당 정부는 사회에서 소외된 거대한 대중들을 얘기하는 좌파에서부터 포퓰리스트들의 의견까지 껴안을 것임에 틀림없다. 반대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당하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 좌파의 지지를 받고 원주민 조직의 지지를 얻고 있는 에콰도르 대통령 후보인 퇴역장성 루시오 구티에레스, 가장 지지율이 높은 우루과이의 지도자 타바레 바스케스 등은 룰라와 노동자당의 성공을 전범으로 삼을 것이다. 한편 노동자당 정부에게 카르도수 정부가 방관자의 입장을 취해온 콜롬비아와의 갈등은 중요한 문제거리가 될 전망이다. 플랜 콜롬비아를 통해 마약조직과 최대 좌파 반군 콜롬비아혁명군에 깊숙이 간여해온 미국의 정책 또한 룰라가 풀어야 할 숙제다. 경제분야에서는 2005년을 목표로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에 맞선 도전이 시작됐다. 노동자당의 지도자들은 FTAA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한다고 비판해왔다. 미국은 브라질의 수출에 대해선 보호주의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브라질에게 시장개방을 요구해왔다.
[브라질 노총 금속연맹위원장 에이귀베르토 귀바]
고용창출을 위해 브라질 노동총연맹(CUT)은 무엇을 제안하고 있는가. 법정 노동시간인 주 44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일 것,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할 것, 실업문제가 가장 심각한 중소기업에 정부가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룰라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까. 노동자당은 노동자보증기금(FAT)을 설립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한다고 약속했다. 자동차 산업은 세금을 줄일 계획까지 세웠다. 이를 통해 룰라는 모두 1천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약속했다. 만약 룰라가 고용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룰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맞서 싸울 것이다. 브라질 노총은 룰라가 집권하면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요구할 것인가. 노동자당은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조사할 것이다. 그 가운데 정부 지도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간 돈이 있다면 우리는 이 돈을 갚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당이 우경화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새로 출범할 정부는 노동자당 당원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그 정부는 부자든 빈민이든 함께 할 정부다. 정치연합은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추진한 것이다. 12월 대선을 앞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91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의 승리가 한국에서 노동자 정당을 추진하는 모든 이들을 고무시켰으면 한다.
[‘땅 없는 이들의 운동’ 전국위원 주앙 페드로 스테질레]
토지개혁 등을 위해 지금 룰라 후보를 지지하는가. 노동자당도 ‘땅 없는 이들의 운동’(MST)처럼 사회운동을 통해 형성되었다. 우리가 룰라를 지지하는 것은 변화를 바라는 브라질의 모든 사회세력을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단체는 정당으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이다. 그러나 룰라는 전 브라질 대통령이자 대토지 소유자인 주제 사르네이와 연합했다. 분명히 좌파다운 연합은 아니다. 주제 사르네이의 대토지가 있는 마라냥주의 농민운동진영은 고운 눈길로 보지 않는다. 룰라에게 자유무역협정 철회를 요구할 것인가. MST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미주자유무역협정(FTAA) 등 브라질 민중과 경제를 침탈하는 국제자본의 지배수단에 맞서 싸울 것이다. 그러나 이 투쟁은 룰라의 의지가 아니라 브라질 민중의 참여에 달려 있다. FTAA에 맞서 싸우기 위해 MST는 어떤 제안을 했나. MST는 87개 국가의 농민운동단체들이 모인 ‘농민의 길’이라는 국제연대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한 농민단체들은 세계농민의회를 열기도 했다. 모든 농민들이 땅을 가질 권리가 있다. 농민들은 고유한 종자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 유전자 조작에 맞서 싸우고 있다. 식량 주권을 통해 각 민중들은 자신의 고유한 식량을 생산해야 하며 오직 잉여만을 팔아야 한다. 우리가 WTO에 반대하는 것은 이들이 오직 농업무역에만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당 선거본부 상공인위원회 위원장 조제 카를루스 데 알메이다]
현재 브라질 경제의 현황은. 브라질 경제 전반이 엉망이다. 카르도수 정부가 오직 투기자본에만 특권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모두 무너졌다. 카르도수 정부는 브라질 경제를 학살했다. 룰라가 어려운 기업 현실을 개혁할 것이라고 믿는가. 그렇다. 노동자당은 투기자본에 맞서 생산자본을 지원하려고 한다. 노동자당의 제안은 국내시장을 성장시키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현재 브라질에 있는 3백4천만()개의 중소기업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룰라 선거운동에 기업가들은 어떻게 참여하나. 나는 브라질 시민사업가협회의 일원이다. 94년 룰라를 지지한 15명의 진보적인 기업가들이 1995년에 창설한 단체로 지금은 3500여명의 기업가들이 참여한 단체로 급성장했다. 사실 많은 기업가들은 노동자당을 곡해해온 것이 사실이다. 노동자당의 급진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우리는 개미들이 되어 일대일로 기업가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 94년에 카르도수 선거본부는 기업가들을 동원해 룰라 선거본부 캠페인을 마비시켰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대기업들이 룰라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노동자당의 급진적 경향 때문에 많은 기업가들이 의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보적 기업가들은 노사 갈등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 룰라는 기업가와 노동자가 공존하기 위한 사회협약을 제안했다.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고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것이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살아남는 길이라 생각한다.
[상파울루 시장 마르타 수플리시]
시장 직에 오를 때 상파울루의 현실은 어떠했나. 참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상파울루시가 연방정부에 시 예산의 13%를 매달 갚아야 하는 문제였다. 이전의 시정부가 진 빚이다. 그로 인해 상파울루가 이번 대선에서 룰라를 패배시킬지 모른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이는 우리 시정의 승리다. 노동자당의 지방자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현재 5천만명의 브라질 시민들이 노동자당의 지방자치를 경험하고 있다. 노동자당이 지방자치체를 운영하면 사유재산을 압수한다고 떠들어댔지만 이제 브라질 민중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상파울루가 추진하는 구체적인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 상파울루는 현재 30만 가족, 약 100만명의 사람들을 위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또한 40살 이상의 실업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우린 부동산에 대한 누진세를 도입했다. 부유한 시민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빈민촌에서 사는 사람은 세금을 내지 않는 세제를 말이다. 시 행정에 대한 시민 참여는 어떻게 진행되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시작된 예산참여제가 참여행정의 대표적인 예다. 상파울루의 예산에도 시민들의 예산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분야별로 교육·의료 위원회 등을 구성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시정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동자당의 연방정부가 필요한가. 그렇다. 룰라는 내수시장을 강화하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 재정을 튼튼하게 할 것이다.
상파울루=박정훈 전문위원 jhpark200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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