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 2002년10월09일 제429호 

“푸른 숲에 살련다”

생태 지킴이로 활동하는 주부들 크게 늘어… 지역별로 자연체험 돕는 모임도 결성


사진/ 자연사랑이 지역사랑으로 고양 YMCA 환경지도자 과정 수강자들이 경복궁에서 류창희 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용호 기자)


지난 10월3일 서울 경복궁. 개천절 휴일이어서 방문객이 평소보다 크게 붐비는 가운데도 20여명의 중년여성들이 공책과 펜을 손에 든 채 한 남자 강사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먹빛으로 물들인 개량한복을 입은 강사는 어린이들에게는 ‘코딱지 선생님’이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자연생태연구소 ‘마당’의 류창희 소장. 대부분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주부들로 구성된 학생들은 ‘푸른 고봉산을 가꾸는 사람들’이란 모임 회원들과 ‘고양숲사랑’ 회원들이었다. 이날 수업은 주로 궁궐 나무들의 배치와 생태에 대한 현장 심화학습이었다. 학생들의 목표는 수도권의 대표적 새도시인 고양시에서 지역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시민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연과 쉽게 친숙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언론사 문화센터 등을 통해 숲해설가 교육이나 환경지도자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면서 자연체험을 돕는 모임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한편으로 일부 주민들의 자발적인 자연체험 모임이 지역 환경운동과 자연스레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활동은 ‘직업’이라기보다는 자원봉사에 가깝고, ‘운동’이라기보다는 생활의 일부다.

숲해설가·환경지도자 과정 이수


사진/ "숲과 더불어 살고 싶어요." 지난 10월6일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에 숲해설가와 함께 숲속 여행을 나온 사람들. (강재훈 기자)


‘푸른 고봉산을 지키는 사람들’은 지난해 6월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어린이 글쓰기나 독서지도를 하던 사람들이 교육공간을 자연으로 넓혀보려는 시도에서 모였다고 한다. 활동과정에서 회원이 300명가량으로 늘어났다. 이 모임은 고봉산 자락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자 지역 환경단체와 연대해 이를 저지하려는 운동을 벌였으며, 택지로 개발할 경우 훼손이 불가피한 고봉산 주변 습지 한뼘 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고봉산 도깨비’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숲 체험 강좌도 연다. 고혜수(41) 회장은 “그동안의 노력의 성과인지 지방의회 의원에 당선된 분들 중 습지 보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범한 고양숲사랑은 지난 여름 고양YWCA의 환경지도자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중심이 됐다. 고양숲사랑이 가꾸려는 숲은 일산구의 정발산공원. 이 모임은 우선 정발산의 생태지도를 제작해 고양시민들이 나무와 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숲과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양시 가로수 지도를 제작해 주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내년에는 월 1차례씩 중·고등학교의 자연체험 특별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지역주민 중에서 여성환경안내자를 계속 배출하고, 안내자들에 대한 심화학습과 함께 연구모임도 만든다. 고양숲사랑 이정심(42) 회장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강좌를 듣게 됐는데, 눈이 크게 열리는 듯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런 모임이 고양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양시는 오히려 늦은 경우다. 서울과 경기도 수지·수원·안양 지역 주민 20여명이 중심이 돼 꾸려가는 반디자연학교는 지난 96년 주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출발은 자연에 대한 지식을 키우고 자녀들의 자연공부를 도와주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성과가 쌓이면서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을 이끄는 것은 물론 지역환경에 대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지역에 뿌리를 둔 생활협동조합들도 자연체험을 이끄는 중심이 된다. 생협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들과 먹을거리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계절과 철을 이야기하게 되고, 그것이 자연체험으로 이어진다고 하다. 인천생협이나 부천생협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월 1차례 이상 자연체험을 나간다.

현장의 자연 선생님… 수익사업화 우려도


사진/ 숲을 지키며 학습을 도우며. 숲해설가가 산음 자연휴양림에서 열린 어린이 숲학교의 현장체험 모습. (강재훈 기자)


그러나 지역사회에 자연체험을 돕는 단체들이 없는 경우가 아직은 훨씬 많다. 이 때문에 여러 전문단체들이 지역을 벗어나 자연체험을 이끌기도 한다. 숲해설가협회(foresto.org)는 정기적으로 어린이 숲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생명의 숲가꾸기 국민운동(forest.or.kr)도 일반인 모두를 위한 1일 현장체험을 비롯해, 초·중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생명의 숲 캠프, 생명의 숲 기행, 생명의 숲 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모임인 한국어린이식물연구회(ecoguide.or.kr)는 주로 식물체험을 이끈다. 이들 단체는 교육 목적의 숲 탐방을 실시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일요일에 접근하기 어려운 국립수목원 등을 탐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류창희 소장은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체험학습이 강조되고 직장인들도 토요 휴무가 확산되면서 숲 체험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것이 자칫 또 하나의 고액과외 과목이 되고 수익사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의 모임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래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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