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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별기획 | 등록 2002.07.31(수) 제42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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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빼어난 풍광에 훈훈한 인심 경북 울진군 후포읍
정훈이/ 만화가
2000년 여름 휴가 때는 바캉스를 2번 갔다 왔다. 그것도 같은 장소로 보름 간격을 두고 말이다. 고향인 창원에 내려갔다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갑자기 “동해로 가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아 무작정 떠난 것이 첫 번째 여행이었다. 바캉스용품 챙길 겨를도 없었다. 목적지를 따로 정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동해안 남북을 연결하는 7번국도가 테마였다. 영덕, 울진을 거쳐 삼척에 다다를 즈음 자동차를 돌려 남하하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울진에서 보던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삼척으로 접어들면서 관광객도 많아지고 횟집·식당 등 흔한 국도변의 음식점과 유흥시설들이 멋진 동해바다의 풍경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서울 등지에서 온 인파가 몰리는 ‘동해’란 강원도 동해를 말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울진에서 좀더 인적이 드물고 멋진 바다를 찾아헤매던 우린 이구동성으로 “여기다”라고 탄성을 지를 만한 멋진 바닷가 마을을 발견했다. 울릉도행 여객선이 취항하는 곳으로 유명한 후포에서 월송정 사이 해안을 따라서 난 지방도로에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곧 마음에 드는 민박집을 발견했는데 주변의 초라한 시골집들과는 달리 올 들어 새로 지은 듯한 2층 양옥이었다. 그런데 그 집에 어른이 없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근처에서 민박 하는 다른 할머니들이 도로변 평상에 나와 자신들의 집으로 갈 것을 권하는 듯한 눈빛을 보이긴 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만한 새 집은 없기에 일행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30분이 지났을까? 새로 지은 민박집 주인 할머니가 오셨지만 이미 예약이 되어 있다는 말로 우릴 허탈하게 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우리가 찍어놓은 민박집의 뒷집 할머니가 “우리집도 민박하는데…”라는 말로 물꼬를 트셨다. 결국 우리가 점찍어 둔 양옥집 때문에 바닷가가 가려진 방 2개짜리 초라한 시골집에서 민박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다. 비스듬히 걸린 사진액자 속의 자식들을 모두 서울로, 부산으로 출가시키고 혼자 쓸쓸히 집을 지키는 할머니는 우리가 올해 첫 민박 개시 손님들이라며, 사람이 든 것이 반가운 듯 친손주처럼 우릴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제대로 여행준비도 하지 못한 우리는 할머니 집에서 하루를 보내며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자식들에게 베푸는 듯힌 후한 대접을 받았다. 당신의 냉장고를 텅 비우면서 과일은 물론 온갖 소박한 먹을거리를 내왔고 끝내 우린 할머니가 끓여주신 청국장에 밥까지 얻어먹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느껴본 시골집의 따뜻한 정과 시골 내음이었다. 돌아오기 전 후포읍에서 먹을거리를 사와 할머니 냉장고에 다시 채워넣고 못내 아쉬운 듯 2박3일의 여정을 끝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보름 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우린 다시 7번국도를 종단하기로 했는데, 이번엔 3박4일 일정에 제대로 여행준비를 하고 인원도 7명으로 늘어났다. 좀더 북쪽으로 가자는 제안에 교통체증을 뚫고 통일전망대까지 올라간 우리들은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인산인해를 이룬 동해의 유명한 해수욕장들을 지나 너나 할 것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듯 울진 쪽으로 내려갔다. 역시 울진은 휴가철 피크임에도 평상시 그대로의 모습처럼 사람이 적었다. 그때 그 할머니의 민박집을 다시 찾은 우리는 여전히 관광객이 보이지 않는 마을 풍경이 한편으론 놀랍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반갑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생각까지 들었다. 언젠가 동해로 가면 다시 할머니 민박집을 찾을 것 같다. “왔냐”라며 반갑게 맞아줄 할머니의 환한 미소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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