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몽골족 마을]
사진/ 달파란·테크노 DJ
2000년 가을, 난 제작 중인 애니메이션 <바리데기>를 위한 자료수집 여행에 참가했다. 그 여행은 중국 실크로드를 따라 동에서 서로 인도까지 가는 45일간의 횡단 여행이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중국 북쪽 지역의 산 속에 있는 작은 몽골족 마을에서 보낸 하루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그 여행에는 취재단도 동행했는데 여행 코스에서 벗어나 작은 소수민족을 취재하려는 PD와 함께 잠시 일행에서 떨어져 산 속에 있는 작은 마을로 향하였다. 그 마을은 아주 작은 유목민 마을이었다. 고도가 꽤 높은 곳에 듬성듬성 사람 사는 곳이 있는 그런 마을이었다. 늦은 시각까지 취재하다 보니 멀리 떨어진 숙소로 갈 수 없어 우리는 그곳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자 마을 사람들은 우리에게 집 한채를 통째로 빌려주었다. 뭐 집이라고 해봐야 바닥이 단단한 흙으로 된 ‘원룸’ 형식이었지만…. 그 집은 전문적으로 민박을 하는 게 아니었다. 워낙 오지라 방문하는 외부인이 많지 않아서인지 우리를 그야말로 따뜻하게 맞아주는 분위기였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그날 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조그만 파티를 열어주었다. 난 거기서 양을 잡는 걸 처음 봤다. 그들은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 양을 키우며 양고기를 주로 먹는 것 같았다. 그들은 잡은 양을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거기서 해부하기 시작하는데, 정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남김없이 분해했다. 고기는 먹기 위해 솥으로 들어가고 가죽으로 남은 부분은 그대로 싸서 잠자는 자리 옆에 놓았다. 그러고는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요리한 양고기를 모두들 둘러앉아 먹는데, 그 맛이란 정말 감칠맛 나고 순하고 부드럽고 적당히 짭짤한 느낌에… 너무너무 맛있었다. 우리를 위해 저 하늘로 간 양에게 잠시나마 정말로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할 정도였다. 고기와 함께 빵을 먹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특히 술은 권주가라는 특이한 노래를 부르며 술잔을 쉴새없이 돌렸다. 주는 대로 마시다가 결국엔 힘들어 사양하자 사람들은 그건 예의가 아니라며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계속 나를 쳐다보며 노래를 부르기에 어쩔 수 없이 마시고 또 마셨다. 술은 왜 그렇게 떨어지지 않던지….
중간에 잠시 밖으로 나왔는데 빛이 너무 밝아 아침인 줄 알고 시계를 보니 아직 자정도 넘지 않은 시각이었다.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다름 아닌 달빛 때문이었다. 난 그렇게 밝은 달빛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림자가 또렷이 드리우고 모든 사물의 색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 흐린 대낮 정도의 밝기였다. 술도 취하고 밖은 한밤중인데 대낮 같고 난 어느 이상한 별에 불시착한 멍청한 지구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다가 이상한 가위바위보 같은 게임도 하고…. 그런데 갑자기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바로 아침이 되는 것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들은 손님이 오면 손님이 취해 쓰러질 때까지 술을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나를 포함해 동행한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쓰러지고 나서야 비로소 잔치가 끝났다.
아침 일찍 그들은 우리를 깨웠고, 우리는 그곳을 떠났다. 이후 그곳에서의 하룻밤은 마치 어느 이상한 요정들이 사는 마을에 잠깐 다녀온 듯한 신비한 경험으로 내 안에 잠겼다. 현실이었지만 꿈이나 상상에 가까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