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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꿈을 꾸고 싶어요" 인공지능 이식받아 생각하는 기계로 거듭나… 신경세포 이식·상식 학습 등 이뤄져
로봇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인간적으로 거듭났다. 1817년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에서 인간다움의 문제를 고민한 이래, 차페크의 희곡 <로봇>은 노동자 로봇을,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는 인간의 동반자로서의 로봇을 그려냈다. 영화에서는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로보캅>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사이보그는
인간의 두뇌 구조 해명에 달려 있어
이런 탓에 기계와 정신이 혼연일치 단계에 이르는 것은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에서는 기계의 지능이 인간의 수준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물론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1999년 미국과학상을 받은 레이먼드 쿠르츠와일(쿠르츠와일 테크놀로지 설립자)은 “인간의 두뇌 구조를 밝히면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의 지능을 구축하면 된다. 인간의 두뇌를 흉내낸 신경망 기술은 이미 확보했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는다.
또 하나의 핵심과제는 ‘뉴런망’이다. 신경세포를 실리콘에 연결한 인공뉴런을 감아 인간의 뇌에 엉켜 있는 것처럼 만들려는 것이다. 독일의 막스프랑크생화학연구소 연구자들은 거머리의 신경세포를 실리콘에 연결해 컴퓨터칩의 작동에 따라 신경세포가 반응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연세대 백윤수 교수(기계설계학)는 “신경망과 뉴런망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로봇이 생각하는 기계로 거듭날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행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학·생명공학·심리학 등 제반의 연구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계가 인간의 생기를 부여받아 살아 있는 존재가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 미국 뉴욕대 교수를 지낸 리처드 윌리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엘리자’(Eliza)는 자연언어 처리를 흉내내며 사람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흉내내는 데 그쳐 대화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엘리자는 컴퓨터의 상식을 키우는 데 이바지했다. 미국 남플로리다대학의 컴퓨터공학자 스튜어트 윌킨슨은 ‘개스트로봇’(Gastrobot)이라는 생명체 로봇의 원형을 제시했다. 전력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작동하는 로봇과 달리, 사람의 먹을거리를 먹으면서 에너지를 얻어 영구히 작동한다. 생체 전기공학적 로봇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론적 모델만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만일 기계에 인간의 뇌를 시뮬레이션하면 지능을 비롯한 생명현상도 이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뇌의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아 단박에 모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지능을 높여가는 로봇은 마치 아기처럼 교육을 받고 있다. 컴퓨터 기술로 로봇에 상식을 주입해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을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 퍼듀대학의 컴퓨터 공학자 애비 카크는 센서와 카메라를 로봇에 설치해 기억을 키울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로봇이 주위를 인식하는 지능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유아들이 주변 물체를 만지면서 지능을 높여가고, 어른들에게 교육받아 기억하는 것처럼 로봇이 물체를 살핀 내용을 장기기억 저장장치에 저장하는 것이다.
상식을 배우는 프로그램으로는 스탠퍼드대학 교수 출신의 더글러스 레넛 박사(사이코프 설립자)가 주도하는 ‘사이크’(CYC)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사이크는 백과사전(Encyclopedia)이라는 뜻에서 나온 이름으로 1984년부터 상식수업을 받고 있다. 일종의 소프트웨어 에이전트인 사이크는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따위의 상식을 200만개 정도 보유했다. 컴퓨터에 지식을 입력하고 규칙형태로 쓰인 지혜를 주면 그때부터 컴퓨터는 규칙을 적용한다. 성인의 지능에 걸맞은 초당 100조의 명령어를 계산하면 인간형 로봇에 이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습하는 로봇들이 지구 물려받을까
인간을 닮은 로봇도 지능과 감성을 이식받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인공지능연구소 로드니 브룩스 박사가 지난 1993년에 개발한 로봇은 ‘코그’(COG)이다. 코그는 ‘인지’(Cognition)에서 따온 말로 인공생명의 핵심개념인 ‘창발성’에 기초해 개발되었다. 인공지능의 네개의 눈이 모터와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는 코그는 반사적인 자극을 익히며 분노, 싫증, 행복, 슬픔 등의 감성훈련을 받고 있다. 코그의 쌍생아인 ‘키스멧’(Kismet)도 나왔다. 머리와 팔, 몸통이 있는 코그와 달리 키스멧은 머리만 있어 훨씬 작다.
언젠가는 사이크와 코그의 지능을 합한 로봇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인간형 로봇의 이동능력을 갖추지 않아 움직이지 못하면 소용없다. 이쯤되면 영화 <스타워즈>의 C-3PO나 R2-D2가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을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구나 인간게놈 하나하나의 기능이 분석되고 나노기술이 실용화된다면 로봇은 자신의 지능과 감성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대를 이어갈 수도 있다.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이 태어나는 셈이다. 그때에는 “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이라던 마빈 민스키의 오래된 주장이 더 이상 허황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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